뮤지컬 ‘알라딘’ 지니역 정원영
탭댄스-노래-마술-애크러배틱…
체구 작지만 종횡무진 무대 누벼
“애교 넘치고 깜찍한 친구 될 것”
● “날렵하고 친구 같은 지니 연기”
정원영은 제작진 사이에서 ‘세계에서 가장 작은 지니’라고 불린다. 함께 트리플 캐스팅된 배우 정성화, 강홍석은 물론 영화에서 지니로 등장한 미국 배우 윌 스미스에 비해 몸집이 아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폭발적인 에너지와 존재감은 누구보다 크다. 정 배우는 “개막하고 200번 넘게 공연했지만 역할에 완전히 적응이 안 됐다”면서 “매일 어렵고, 매일 새롭다”며 웃어 보였다.
지니는 그에게 각별한 배역이다. 10년 전 일본에서 알라딘을 처음 본 뒤 “내가 하고 싶은 노래, 춤, 연기 세 박자를 모두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는 지니뿐”이라고 확신했다고 한다. 오디션 때도 작고 날렵한 체구를 강점으로 삼았다. 애크러배틱 동작 중 하나인 ‘하우스턴’으로 화려하게 등장해 외국 스태프들의 주목을 받았다.“브로드웨이 지니들은 워낙 체구가 크니까 조금만 움직여도 반응이 오잖아요. 저는 더 많이 움직여야 박수를 받을 수 있겠더라고요.”
정원영의 지니는 보디가드같이 듬직하진 않다. 하지만 더 귀엽고 깜찍하다. 그는 “다른 지니보다 더 애교스럽고, 주머니에 넣고 다니고 싶은 지니가 되고 싶었다”며 “알라딘에게도 선생님보다 친구 같은 존재로 다가가려 했다”고 말했다. 무대 위에선 직접 만든 애드립인 ‘지가지니(지니+기가지니)’ 등을 활용해 재치를 더했다.
● “선한 영향력 주는 배우 되고파” 뮤지컬 베테랑이지만, ‘알라딘’에서 8분간 이어지는 고강도 퍼포먼스 ‘나 같은 친구(Friend Like Me)’를 부르기 전엔 늘 긴장 상태다. 관객을 즐겁게 하려면 쓸 수 있는 에너지의 100%를 써야 하기 때문이란다. 공연 중에 체력이 바닥나 무대에 드러누운 적도 있을 정도다.“이 노래 직전엔 항상 심장이 쿵쾅거리고 두려워요. 하지만 그만큼 많은 박수를 받기 때문에 늘 설렘이 생기는 것 같아요.”
극에서 램프에 갇혀 있던 지니는 알라딘을 만나 처음으로 세상과 연결된다. 정 배우는 이 대목에 착안해 ‘자유를 갈망하는’ 지니의 인간적인 면모를 풍부히 표현하려 했다. 그는 “연출진 역시 지니를 과장된 만화 캐릭터보단 인간답게 그리고자 해 그에 맞춰 연기했다”고 했다.
2007년 뮤지컬 ‘대장금’의 앙상블로 데뷔한 정 배우는 ‘맨 오브 라만차’, ‘렌트’, ‘신과 함께’ 등 다양한 작품에서 차근차근 경력을 쌓아 왔다.
그는 아버지가 배우 정승호이고, 이모가 배우 나문희인 연기자 집안이다. 배우로서 먼저 길을 걸어온 가족들은 항상 그에게 연기 조언보다 “좋은 사람이 돼라”고 말해줬다고 한다. 소원을 들어주는 ‘착한 지니’처럼, 그의 궁극적 목표 역시 ‘선한 영향력’을 남기는 배우다.
“배우 일을 하면서 영향력이 생긴다면 그걸 사람들을 위해 쓰고 싶어요.”알라딘 서울 공연은 다음 달 22일까지. 7월 11일부터 9월 28일까지는 부산 드림씨어터에서 공연한다.
“아무런 마음의 기대도, 생각 없이 무대 보러 오세요. 나머지는 지니가 행복하게 해드릴게요.”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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