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언스 "AACR서 신약 4개 발표, 기초역량 입증 모멘텀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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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식 아이디언스 대표

이원식 아이디언스 대표

일동제약의 항암신약 개발 자회사 아이디언스가 세계적 수준의 신약 개발 연구역량을 입증했다. 항암 기초 연구 분야 세계 최대 행사로 꼽히는 미국암연구협회(AACR)에서 신약 후보물질을 4건 공개하면서다. 아이디언스가 직접 AACR에 참여해 연구 성과을 알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ACR 첫 출격에 4개 물질 공개

이원식 아이디언스 대표는 24일 기자와 만나 "올해 AACR은 아이디언스의 초기 임상 역량을 입증하는 중요한 모멘텀이 될 것"이라며 "이번 발표를 계기로 과학을 의학으로 바꾸는 항암제 개발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했다.

아이디언스는 일동제약의 항암 신약 개발 사업화 자회사로 2019년 출범했다. 지난해 동아에스티로부터 전략적 투자를 유치하면서 국내 두 제약사의 '선택'을 받은 바이오기업이 됐다. 신약 개발 잠재력은 인정 받았다는 의미다.

개발 속도가 가장 빠른 후보물질은 일동제약에서 들여와 개발 속도를 높이고 있는 PARP1 표적 후보물질인 '베나다파립(IDX1197)'이다. 창업 후 수년 간 해당 물질의 임상시험에 집중해왔다. 베나다파립은 2021년 유방암 2a상에, 2022년 위암 병용 1b·2a상에 진입했다. 미국에선 희귀의약품으로도 지정받았다.

여러 적응증 임상을 동시에 진행하면서 베나다파립 임상 참여 환자만 250여명에 이르지만 일각에선 아이디언스의 전주기 개발 능력에 의구심을 표하기도 했다. 초기 표방했던 NRDO 사업 모델에 대한 국내 인식이 높지 않은 데다 후발 물질들의 개발 성과가 많이 알려지지 않아서다. 올해 AACR 발표를 통해 이런 시장의 오해를 깰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는 배경이다.

아이디언스가 올해 AACR에서 발표에 나선 4개 후보물질은 모두 의료 현장의 미충족 수요를 토대로 전략적으로 개발한 신약 후보군이다. 오는 27일 구두발표에 나설 LIN28 표적 신약 후보물질 'ID12023'은 초기 시험관 연구(in vivo) 단계인데도 발표 기회를 얻었다.

암 줄기세포의 주요 표지자인 OCT4, SOX2, MYC 등을 억제하고 암 세포의 microRNA 발현을 정상화해 악성 난치성 중양에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microRNA 연구성과는 지난해 노벨생리의학상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올해 AACR에서 microRNA 관련 세션을 따로 마련하면서 구두 발표로 초대받았다"고 설명했다.

암 세포를 활용한 시험관 연구에선 높은 종양 억제 효과와 30% 이상의 생체 이용률, 3시간의 반감기 등을 확인했다. 다재내성 암은 물론 암 예방용으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빠르게 비임상과 임상에 진입해 신약 개발 가능성을 입증하는 게 목표다.

멀티 페이로드 ADC 시대 겨냥

이들보다 개발이 좀더 진척된 KRAS 표적 후보물질도 포스터 발표 대상에 포함됐다. KRAS G12D를 표적으로 한 'ID12239', 모든 KRAS 변이를 표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ID12241'이다. 이 대표는 "그동안 주로 KRAS는 G12C 변이 폐암을 표적으로 신약이 개발돼 현장 수요가 높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ID12241은 G12C를 포함해 G12D, G12V 등 다양한 KRAS 변이에서 항암 활성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신규 페이로드를 탑재한 항체약물접합체(ADC)도 올해 AACR에서 공개할 계획이다. PARP1 저해제를 탑재한 ADC ‘ID12401’이다. 최근 ADC 시장에선 안전성과 효과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이중항체를 탑재하는 것도 그중 하나다.

아이디언스는 듀얼 등 멀티 페이로드 시대를 겨냥하고 있다. 그동안 기술적인 문제 탓에 항체에 여러 약물을 붙이는 게 쉽지 않았지만 이런 한계가 서서히 극복되고 있어서다. 아이디언스는 약물을 개발할 때 임상 활용도를 높이는 데에 집중하고 있다. 안전성 면에선 내부적으로 자신이 있다는 의미다. ADC 분야에 멀티 페이로드 시대가 본격화되면 '진짜 마법의 탄환'을 만들만한 잠재력 있는 기업으로 꼽히는 이유다.

ID12401은 다양한 연구를 통해 기존 TOP1-ADC의 내성과 독성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하고 있다. 강한 항암 효과는 물론 체중 감소, 혈액학적 독성이 나타나지 않는 우수한 안전성까지 입증했다. 이 대표는 "ADC 플랫폼을 기반으로 파이프라인을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환자에 꼭 필요한 약 만들 것"

아이디언스 신약 물질들은 모두 '미충족 수요'와 '안전성'이란 두가지 조건을 충족한 물질이다. '실제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 물질인지'를 개발 초기부터 고민해 결정하고 있다는 의미다. 신약 물질 발굴은 물론 임상 등 개발 단계 전문가들이 내외부적으로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게 비결로 꼽힌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안전국장을 지낸 이 대표는 서울대의대를 졸업한 뒤 한양대에서 약리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의사 과학자다. 경력의 상당수를 다국적제약사 항암 연구 분야에서 쌓았다. 임상 개발파트에 참여하고 있는 하경수 CMO도 연대 의대를 졸업한 뒤 노바티스, 사노피, 아키젠 등의 의학부에서 근무해왔다.

이명재 CTO는 기초 물질 발굴 등에 힘을 쏟고 있다. 서울대에서 약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일동제약에서 약리 연구를 총괄해왔다. 동아제약, 영진약품, 일동제약 등에서 경력을 쌓은 이재준 CBO도 합류해 개발 물질 사업화에 힘을 싣고 있다.

풍부한 임상 자문 네트워크도 이들이 가진 강점이다. 항암 연구 분야 세계적 석학인 방영주 서울대 명예교수, 유방암·위암 분야 대가인 박연희 삼성서울병원 교수, 라선영 세브란스병원 교수 등이 자문단으로 참여하고 있다.

리드 후보물질인 베나다파립 개발도 순항하고 있다. 베나바타립이 진입을 위해 애쓰고 있는 위암 3차는 현재 쓸 수 있는 치료제가 거의 없다. 미국 등에선 초기 임상 성과 만으로도 3상 조건부 등의 방식으로 시장 진입이 가능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이 대표는 "베나바타립 임상은 물론 초기 물질들의 개발 속도도 최대한 끌어 올리고 있다"며 "AACR 등 해외 학회에서 성과를 인정받아 경쟁력 있는 일부 물질들은 초기 단계에 기술수출(LO)하는 전략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약을 만드는 회사는 단순히 약을 개발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약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장기적으로 아이디언스를 그런 회사로 키우는 게 목표"라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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