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아름다운 사람의 비극
정치인에게 외모는 주요 자질
대중 지지 얻는 데 큰 역할 하나… 곧 정치적 성공 보장하진 않아
외모-인기로 야망 키운 제자에… 소크라테스 “외모 덧없는 것”
자만→오류 부정→패가망신뿐
잘생긴 외모로 유명했던 정치가로 고대 그리스의 알키비아데스를 빼놓을 수 없다. 기원전 5세기 아테네와 스파르타를 오가며 정치가로 활약했던 당대에 아주 유명했던 사람이다. 플라톤이 쓴 대화편으로 전해지는 ‘알키비아데스 1’에 따르면 소크라테스는 청년 알키비아데스에게 이렇게 말했다. “우선 자네는 자신이 더없이 멋지고 훤칠한 사람이라고 믿고 있네. 그리고 이 점에서 자네 생각에 잘못이 없다는 건 누가 보더라도 분명하지.”(정암학당 플라톤전집) 알키비아데스는 객관적으로 잘생겼을 뿐 아니라, 본인 스스로 자신이 미남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다.
이런 미남에게 주지육림(酒池肉林)은 제법 잘 어울린다. 그래서 19세기 프랑스 화가 펠릭스 오브레는 매혹적인 여성들에게 둘러싸인 알키비아데스를 그렸다. 사람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음을 자각한 알키비아데스는 이제 그에 걸맞은 정치적 야심을 품는다.
그래서 소크라테스는 알키비아데스에게 이렇게 말했다. “사실 내가 가장 걱정하는 것은 그걸세. 자네가 민중의 애인이 되어서 망가지지나 않을까 하는 것이지. 아테네 사람들 중 많은 훌륭한 사람이 그와 같은 일을 당했으니 하는 말일세.” 외모를 가지고 사람들의 인기를 얻으면 자칫 패가망신하게 된다. 왜? 인기를 얻으면 자만하기 쉽고, 자만한 자는 자신의 오류나 무지를 인정하려 들지 않게 된다.
자신의 무지를 모르는 것만큼 무서운 일은 없다. 당면 과제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면 가장 좋을 것이다. 잘 해낼 수 있을 테니까. 당면 과제에 대해 잘 몰라도 괜찮다. 자신이 잘 모른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 잘 아는 사람에게 일을 맡기면 되니까. 자신이 잘 모른다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가장 나쁘다. 그런 사람은 타인의 조언을 경청하지 않게 되고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하다가 결국 패가망신한다.
소크라테스가 정치적 야망을 품은 알키비아데스에게 주는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 제발 자기 영혼 좀 돌보라는 것이었다. 원하는 것을 마음껏 할 수 있는 권력을 쥔 사람일수록 훌륭한 영혼이 깃들지 않으면 그 폐해는 무시무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만약 좋아 보이는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자유는 있으나 선장의 정신과 훌륭함은 결여하고 있는 자가 있을 때, 그 자신과 그 동료인 뱃사람들에게 어떤 결과들이 생길지 자네는 알겠는가?”
이러한 조언에도 불구하고 소크라테스와 알키비아데스는 모두 비극적인 최후를 맞는다. 소크라테스는 알키비아데스 같은 젊은이들을 미혹시켰다는 이유로 죽임을 당했고, 알키비아데스는 정치적 부침을 거듭하며 떠돌다 애첩 티만드라와 같이 있을 때 살해당했다.
김영민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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