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다는 것[내가 만난 명문장/한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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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원 (사)뮤지컬제작사협회 회장 “나는 알지 못하는 것을 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플라톤 ‘소크라테스의 변명’ 대학원 시절 스터디룸에 들렀다가 책장에 꽂힌 ‘소크라테스의 변명’에서 발견한 문장이다. 소크라테스가 변명을 하다니? 호기심에 책을 펼쳐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소크라테스는 고발돼 법정에 선다. 아테네가 인정한 신들을 믿지 않고 젊은이들을 타락시켰다는 죄목이다. 그는 자신을 향한 편견이 “소크라테스보다 지혜로운 사람은 없다”는 ‘델포이 신탁’에서 비롯됐다고 말한다. 자신을 조금도 지혜롭지 않다고 여긴 그는 신의 뜻을 알 수 없었다. 그렇다고 신이 거짓말을 할 리도 없었다. 소크라테스는 지혜롭다는 사람들을 찾아가 물었다. 그들은 자신과 달리 모르면서도 안다고 믿었다. 바로 이 작은 차이 때문에 그들보다 지혜롭다는 말을 들은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그는 미움을 샀다. 모르면서 아는 척했던 나를 돌아보며 얼굴이 화끈거렸다. 인공지능(AI) 시대, 궁금한 것을 물으면 몇 초 만에 답이 돌아온다. 하지만 답을 얻었다고 우리는 정말 아는 걸까, 아니면 AI가 우리를 안다고 생각하게 하는 것일까. 2400년 전 소크라테스의 질문은 여전히 살아서 우리에게 묻는다. 작품이 만들어지는 연습실에서도 질문은 끊임없이 이어진다. “이 인물은 왜 여기서 이런 말을 할까?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정해진 답도, 그 답을 아는 사람도 없다. 모르기에 묻고, 묻는 과정에서 우리는 조금씩 알아간다. 누군가 정답을 알려준다면 빠르겠지만, 그 답은 결코 우리 것이 되지는 못한다. 소크라테스는 자신을 잠든 아테네를 깨우는 ‘등에(gadfly)’에 비유했다. 우리가 여전히 고전을 읽고 공연을 보는 것도 그 따끔함 때문이 아닐까 한다. 오늘도 내게 묻는다. 나는 정말 아는가, 아니면 안다고 믿고 싶은 것인가.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좋아요 0개 슬퍼요 0개 화나요 0개 지금 뜨는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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