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위원장직을 사퇴한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인적 청산' 대상으로 지목한 것으로 알려진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전 원내대표가 안 의원을 작심 비판했다. "당의 혁신 에너지를 자신의 자리 욕심에 썼다"는 이유에서다. 당 쇄신 방향을 두고 국민의힘의 내홍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권 전 원내대표는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어제 안 의원은 혁신위원장직을 돌연 사퇴하며 저와 권 전 위원장을 인적 청산 대상으로 지목한 뒤 차기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했다. 작금의 위기 상황에서도 일신의 영달을 우선하는 모습에 대단히 유감"이라며 "정치인이 주요 당직에 도전하는 것은 잘못이 아니지만, 어려운 상황 속 힘겹게 모은 혁신 에너지를 자신의 정치적 연료로 사용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적었다.
권 전 원내대표는 안 의원이 당초 자신과 만나 전당대회 출마 계획이 없다고 밝힌 사실도 공개했다. 권 전 원내대표는 "안 의원은 (지난 6월 30일 자신의 사무실을 찾아와) 혁신위 비전을 여의도연구원 개혁과 정책 쇄신에 두겠다고 강조하며, 전당대회 출마 계획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인적 쇄신에 대한 이야기 역시 전혀 없었다"라며 "'철수 작전'의 배경은 이미 여러 경로에서 드러나고 있다. 안 의원 주변에서 '한동훈 전 대표의 출마 가능성이 낮다'는 기대를 심어주며 안 의원의 욕심을 자극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권 전 위원장도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안 의원의 혁신위원장 사퇴 등은) 당을 내분으로 몰아넣는 비열한 행태"라며 "일부 인사들이 자신의 이익 추구를 마치 공익인 양, 개혁인 양 포장하며 당을 내분으로 몰아넣는 비열한 행태를 보이는 점은 정말 개탄스러운 일이다. 더욱 개탄스러운 것은 이런 행태들이 당내에서 점차 늘어가고 있다는 점"이라고 썼다.
그러면서 "이런 류의 행태를 보이는 인사들은 매우 독선적일 수밖에 없다"라며 "아무런 당내 숙의 과정이 없었음에도 자기가 주장한 것은 다 개혁이다. 거기에 반대하면 수구로 몰아붙인다"고 했다. 이어 "이런 사람들이 실제로 지도자가 된다면 우리 당은 더욱더 어려워지고 혼란스러운 내분 속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이라며 우리 당 차원을 넘어, 우리 정치 전체에서 이런 비열한 행태는 반드시 사라지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다만 안 의원은 자신의 인적쇄신안을 당 지도부에서 받아들이지 않아 전당대회 출마를 결심했다는 입장을 재차 피력했다. 안 의원은 이날 오전 SBS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혁신위원장직을 당 지도부가 제안했을 때 혁신안을)'모두 다 받아들이겠습니다'라는 정확한 표현은 하지 않았지만 전권을 준다고 했었다"라며 "두 사람을 무조건 잘라야 한다고 했던 것도 아니고 인적쇄신을 해야한다는 추상적인 얘기를 했는데도 지도부가 받아들이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 의원은 "혁신위는 안 될 것이 뻔하니 전당대회에 나와서 당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출마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자신이 당 대표가 된다면 인적쇄신을 단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가장 최소한의 인적쇄신부터 해야한다"라며 "어느 정도 백서가 나오면 거기에 따라 어떤 분은 사과를 할 분이 있고, 또 어떤 분들은 징계를 받을 분들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