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도 이겨냈는데…출근길 쓰러진 50대, 5명 살리고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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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9.18 17:41 수정2025.09.18 17:41

사진=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사진=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출근길 차 안에서 쓰러져 뇌사 상태에 빠진 50대 남성이 장기 기증으로 5명의 생명을 살렸다.

18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지난 7월 21일 부산대학교병원에서 윤기명(55) 씨가 뇌사 장기기증으로 심장, 폐장, 간장, 양측 신장을 총 5명에게 각각 기증하고 세상을 떠났다.

윤씨는 지난 7월 2일 출근길 차 안에서 쓰러진 채로 발견되어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상태가 됐다.

생전 아내와 함께 텔레비전을 보다가 아픔으로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을 보고 '만약 우리가 그런 상황이 오면 남들을 위해 기증을 하자'고 약속했던 그는 실제로 5명의 생명을 살렸다.

윤씨는 2018년 피부암인 흑색종 진단받아 5년간 투병 끝에 완치 판정을 받은 경험이 있었다. 병마와 싸우고 일상으로 돌아온 그는 삶의 소중함을 더 크게 느꼈고, 사회에 도움이 되고자 노력하는 삶을 살았다고 한다. 유족은 삶의 마지막 순간에 다른 생명을 살리는 좋은 일을 하고 싶다던 윤씨의 뜻대로 장기 기증을 결심했다.

윤씨는 부산에서 외아들로 태어나 다섯 살에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 밑에서 책임감이 강하게 자랐다. 어린 시절부터 운동을 좋아해서 고등학교 시절에 야구부 활동도 했지만,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꿈을 이루지는 못했다.

학교 졸업 후에는 한전KPS에서 34년을 근무했다. 15년 동안 결혼 생활을 하면서는 집안일을 함께하는 자상한 남편이었으며, 아들에게는 늘 따뜻한 아버지였다고 한다.

아내 전영신 씨는 "내가 딸같이 장난 많이 치고 그랬는데 다 받아주고 늘 사랑으로 이해해 줘서 고마웠다. 다음 생에는 오빠가 내 아내로 태어나서 그렇게 살았으면 좋겠다. 많이 사랑한다"며 윤씨를 향한 애틋한 마음을 드러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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