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과 DJI…디자인을 브랜드 가치 쌓는 핵심 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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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or Decline(디자인할 것인가 쇠망할 것인가)” 영국의 마거릿 대처 수상이 1987년 영국 산업연맹 디자인 컨퍼런스 개회사에서 한 말이다. 당시 영국의 높은 실업률과 장기 침체를 극복할 수 있는 해법을 대처 수상은 ‘디자인’에서 찾았다. 디자인은 단순히 눈에 보기 좋은 것이라는 평면적 가치로만 따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한 국가의 경제발전과 미래 가치를 결정짓는 전략적 인프라가 될 수 있음을 통찰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만으로는 차별화가 어려울 정도로 기술 격차가 좁혀진 상황에서 산업 디자인은 제품과 서비스를 차별화할 수 있는 무기가 될 수 있다. 또한 디자인은 기술과 문화, 생활을 연결 짓는 통합 플랫폼으로서 산업의 융복합과 혁신의 촉매제로 작용하기도 한다. 그리고 디자인과 관련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며 고용과 창업 생태계의 기반이 될 수도 있다.

중국의 선전은 도시로서 역사가 짧아 건축물 대부분이 새로 지어졌으며 도심은 정방형 구조로 반듯하지만, 계획도시 특유의 삭막함이나 지루함이 없다. 시 정부 도시경관 디자인 정책에는 모든 건축물은 새로운 디자인을 가져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그렇다 보니 도시 곳곳에 다양하고 독특한 건축물들이 우뚝 서 있다.

눈길을 잡아끄는 디자인은 도심의 외관에서만 드러나는 게 아니다. 화웨이, 비야디, 텐센트 등 선전의 기업들을 살펴보면 제품뿐만 아니라 사용자인터페이스(UI) 및 경험(UX) 측면에서 미니멀하고 세련된 디자인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기업들이 많다. 특히 세계 드론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1위 기업인 DJI는 혁신과 디자인 측면에서 뛰어나 드론계의 애플과 같은 존재이다.

애플과 DJI는 전혀 다른 산업에 속해 있지만, 제품을 바라보는 철학은 매우 닮아있다. 두 기업 모두 하드웨어 성능이나 기술 스펙에 힘쓰는 동시에 사용자가 느끼는 경험을 최우선에 뒀다. 제품의 모양과 색감, 인터페이스의 동선 하나까지 설계된 경험을 제공한다. 또 기술을 감성으로 번역해낸다. 디자인은 이들에게 있어 포장술이 아니라 기술을 이해시키는 언어이자 브랜드 가치를 쌓는 핵심 무기인 셈이다.

윤보라
선전무역관 차장

윤보라 선전무역관 차장

DJI가 단기간 세계 1위 드론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선전이라는 도시의 제조 기반이 크게 작용했다. 선전에는 아이디어만 있으면 바로 ‘목업(mock-up)’을 만들 수 있는 수많은 디자인 하우스와 소규모 부품 업체들이 클러스터를 이루고 있다. 덕분에 소규모 스타트업이라도 제품을 빠르게 테스트하고 개선할 수 있는 시제품 중심의 연구개발(R&D) 생태계가 구축돼 있다. DJI는 이러한 생태계를 발판 삼아 빠른 ‘설계→제작→보완’ 사이클을 반복하며 디자인 완성도를 끌어올릴 수 있었고, 이는 곧 글로벌 경쟁력으로 이어졌다. 디자인과 제조, 창업이 긴밀히 연결된 선전의 생태계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의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기 위해서는 기술력만이 아닌, 디자인을 통한 감성적 차별화와 빠른 제품화 인프라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제는 ‘잘 만드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잘 보이고 잘 느껴지게 만드는 것’이 필요한 시대다. 디자인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 조건이다. 그것을 뒷받침하는 생태계 조성은 국가 산업경쟁력의 또 다른 축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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