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 경쟁사로 꼽히는 글로벌 인공지능(AI) 기업 앤스로픽이 구글의 AI 칩인 텐서처리장치(TPU) 최대 100만 개를 도입해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의 의존도를 낮춘다. 클라우드 인프라 다각화 전략의 일환이다. 앤스로픽은 내년 초 한국에 첫 사무소를 열고 기업 간 거래(B2B) 시장 공략을 확대할 계획이다.
◇ 앤스로픽, TPU 100만 개 확보
앤스로픽은 23일(현지시간) “최대 100만 개의 TPU를 포함해 구글 클라우드 기술 적용을 확대한다”며 “내년엔 1기가와트(GW)를 훨씬 넘는 용량을 가동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발표했다. TPU는 AI·머신러닝 작업에 특화된 칩으로 구글이 자체 개발했다. 업계에선 1GW 데이터센터 구축에 드는 비용을 500억달러(약 72조원)로 추산하고 있다. 이 중 350억달러 정도가 AI 칩에 투입된다. 앤스로픽은 자금 조달 방안은 따로 공개하지 않았다.
앤스로픽은 전 세계 30만 곳 이상의 기업 고객을 보유하고 있는 AI 기업이다. 앤스로픽에 따르면 연 매출 10만달러 이상의 대형 고객이 1년 전보다 7배로 늘었다. 올해 연 매출 추정치는 70억달러(약 1조80억원)에 달한다. 한국에선 SK텔레콤과 AI 챗봇 서비스 기업 뤼튼, 리걸 AI업체 로앤컴퍼니 등을 고객으로 두고 있다.
이번 협력은 최근 AI산업의 화두인 ‘인프라 확보 전쟁’의 일환이자 앤스로픽이 추진 중인 멀티클라우드 전략에 따라 이뤄졌다. 지금까지 앤스로픽의 주요 클라우드 파트너는 아마존웹서비스(AWS)였다. 아마존은 누적 80억달러(약 1조1500억원)를 앤스로픽에 투자했다.
앤스로픽의 슈퍼컴퓨터 ‘프로젝트 레이니어’는 AWS의 전용 칩 ‘트레이니엄2’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다. 앤스로픽은 여기에 구글 TPU 자원을 대폭 확대해 인프라 기반을 다양화한다는 계획이다. TPU는 수직 전력 공급 구조를 채택해 가로 방식 위주의 엔비디아 GPU 대비 에너지 효율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 서울에 첫 사무소 개소
앤스로픽은 이번에 확충한 인프라 자원을 바탕으로 글로벌 B2B 시장 공략을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한국에서도 내년 초 서울 강남 지역에 사무소를 개소한다. 이미 국내 AI 스타트업과의 파트너십을 구축할 스타트업 총괄을 선임했다. AI 쇼핑 에이전트 등 서비스를 새롭게 시도하는 오픈AI와 달리 앤스로픽은 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를 통한 기업 시장 장악을 주요 사업모델로 삼고 있다. 최근 코딩 어시스턴트에 집중하는 것도 개발자 팬덤을 기반으로 기업 고객을 확대하기 위한 전략이다.
한국은 클로드 전체 사용량과 1인당 기준 사용량 모두 전 세계 5위 안에 든다. 앤스로픽의 코딩 어시스턴트 클로드 코드의 월간활성이용자(MAU)는 지난 4개월간 한국에서 6배 급증했다. 한 국내 스타트업 최고개발책임자(CTO)는 “일반인은 오픈AI의 챗GPT를 더 많이 쓰지만 개발자 사이에선 클로드 선호도가 더 높다”고 했다.
기업이 API 크레디트를 활용할 수 있는 ‘클로드 포 스타트업’ 프로그램도 한국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폴 스미스 앤스로픽 최고영업책임자(CCO)는 “한국 기업은 고난도 코딩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클로드 활용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며 “서울 사무소를 통해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고은이 기자/실리콘밸리=김인엽 특파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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