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명상 기자] 2024년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수가 전년 대비 48.4% 증가했지만, 관광 브랜드 자산은 오히려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야놀자리서치는 30일 ‘한국관광 브랜드자산 모델 및 평가’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에서 야놀자리서치는 한국 관광의 실질적 경쟁력을 진단하기 위해 세계적 브랜드 이론에 기반한 독자적 평가 모델을 개발하고, 주요 해외 시장을 대상으로 브랜드 인지도, 이미지, 품질 등 다양한 지표를 분석한 결과를 담았다.
관광객 증가에도 브랜드 지표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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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관광 브랜드 이미지 (자료=야놀자리서치) |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방한 관광객 수는 증가했지만, 한국관광에 대한 전반적인 온라인 버즈량(인터넷상에서 특정 주제에 대해 얼마나 많이 언급됐는지 수치로 나타낸 것)은 2023년 대비 2.5%포인트 감소했다. 특히 중국(-21.1%p)과 일본(-8.4%p)에서 감소 폭이 컸다.
도시별로 보면 서울은 여전히 높은 인지도를 유지했지만, 수도권과 지방 도시는 하락세를 보였다. 반면 대만 시장에서는 서울(+2.0%p), 부산(+2.9%p), 제주(+0.7%p)의 인지도가 상승했고, 동남아에서는 부산(+6.8%p), 제주(+5.1%p)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다. 이는 지역 다변화 가능성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브랜드 이미지는 미국과 중국을 제외한 일본(-0.2%p), 대만(-2.2%p), 동남아(-7.7%p)에서 하락했다. 서울 중심의 관광 집중 현상과 저가 패키지 확대, 관광 수용태세 미비가 부정적 이미지를 유발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미국과 대만에서는 비교적 높은 긍정 평가가 유지돼, 한국 관광의 이미지 회복 가능성을 보여줬다.
K-콘텐츠 여전히 강세…브랜드 품질 부문은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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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관광 브랜드 인지도 (자료=야놀자리서치) |
브랜드 연상 부문에서는 K-콘텐츠와 K-푸드, 쇼핑이 주도했다. BTS와 K-팝은 모든 조사국에서 강력한 유인 요소로 작용했고, 비빔밥·카페·배달 문화 등 K-푸드는 유의미한 연상 키워드로 부상했다. 제주도 자연 경관도 핵심 연상 요소로 나타났다.
반면 브랜드 품질 항목에서는 K-푸드를 제외한 콘텐츠, 뷰티, 레저, 전통문화 등 대부분 부문에서 하락세를 보였다. 역사·전통문화는 미국(-19.6%p), 동남아(-16.0%p), 일본(-10.1%p)에서 특히 낮은 평가를 받았다. 반면 교통(+9.9%p), 숙박(+3.3%p), 물가(+0.9%p) 등 인프라는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치안·위생(-43.6%p), 언어·번역 지원(-24.4%p)은 동남아 지역에서 특히 낮은 평가를 받아 개선이 시급한 과제로 꼽혔다.
브랜드 충성도는 높은 수준인 87점을 기록했으나, 전년보다 소폭 하락(-2.4%p)했다. 동남아와 미국은 상승했지만, 일본에서는 오버투어리즘과 저가 관광의 영향으로 크게 하락했다.
“숫자 아닌 관광 품질과 경험을 더 주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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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관광 브랜드 품질 (자료=야놀자리서치) |
야놀자리서치는 브랜드자산 회복을 위한 전략으로 △ 관광 수요와 특성을 분석한 ‘국가별 맞춤형 관광 전략’ 수립 △웰니스, 의료관광, 고급 숙박 등 ‘고부가가치 상품 개발’ △서울 관광 집중 현상을 완화를 위한 부산·제주 등 ‘지방 도시의 허브화’ △ K-팝, 드라마, 음식 등 ‘K-콘텐츠 기반 테마 관광 확대’ 등 네 가지를 제안했다.
장수청 야놀자리서치 원장은 “브랜드자산 가치의 전반적인 하락은 관광 품질과 경험에 더 깊이 주목하라는 경고”라며, “K-콘텐츠는 강력한 자산이지만, 이를 지속 가능한 브랜드로 만들기 위해선 체계적인 관리와 고품질 경험 제공이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이번 보고서는 단순한 방문객 수를 넘어서 관광 경험의 질과 국가 이미지의 지속 가능성을 점검하며, 향후 정책과 마케팅 전략 수립에 실질적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또한 지방 도시 인지도 상승, 미국·대만의 긍정 이미지, 인프라 경쟁력은 한국 관광이 양뿐 아니라 질적 측면에서도 성장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최규완 경희대 교수는 “이번 보고서는 단순한 관광객 수가 아니라, 브랜드자산이라는 본질적 가치를 정기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이는 향후 실질적인 정부 정책 수립과 마케팅 전략 수립에 활용할 수 있는 핵심 지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를 위해 야놀자리서치는 세계적인 브랜드 전략가 데이비드 아커 박사의 브랜드자산 이론에 관광 특화 요소를 결합해, 브랜드 인지도·이미지·연상·품질·충성도의 5가지 항목으로 구성된 한국관광 브랜드자산 평가 모델을 개발했다. 데이터는 영국 브랜드워치의 AI 기반 소셜 데이터 플랫폼을 활용해 일본, 중국, 미국, 대만, 동남아 5개국의 2023~2024년 사용자 생성 콘텐츠(UGC)를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