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회의 계류된 ‘닥터나우 방지법’
의료법 개정안으로 다시 추진
특수관계·부당한 영향력 등
모호한 기준에 위헌 논란 재점화
그동안 신산업 규제 역풍을 의식해 숨을 고르던 정치권이 비대면진료 플랫폼의 손발을 묶으려는 법안을 다시 꺼내들었다. 벤처업계 반발로 국회 본회의에 8개월째 계류 중인 이른바 ‘닥터나우 방지법’이 이번에는 약사법이 아닌 의료법 개정안이라는 우회 경로를 통해 재발의된 것이다. 정치권이 민생과 기술 혁신보다 직역단체의 이해관계를 우선한 입법에 나섰다는 비판이 나온다.
23일 국회 등에 따르면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7일 비대면진료 중개업자의 의약품 유통·판매 관여를 전면 차단하는 내용의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은 지난해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했으나 과잉 규제와 위헌 소지 논란으로 본회의 상정이 유보된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약사법 개정안(닥터나우 방지법)과 목적과 효과가 사실상 유사하다. 약사법 개정을 통한 플랫폼 규제가 벤처업계와 국회 반대에 부딪히자 다른 법률을 통해 재추진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당초 닥터나우 방지법은 비대면진료 플랫폼의 의약품 도매업 겸영과 특정 약국으로의 처방 쏠림을 막겠다는 취지로 발의됐다. 그러나 법안이 공개된 이후 환자 편의 서비스까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플랫폼이 제공해온 실시간 약 재고 확인이나 인근 약국 연계 기능 등이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는 해석이 나오면서다.
업계에서는 해당 서비스가 제한될 경우 환자들이 비대면진료를 받고도 약을 구할 약국을 직접 찾아야 하는 등 이용 불편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해왔다. 이러한 논란 속에 법안은 반년 넘게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상태다.
문제는 이번 개정안이 기존 법안보다 적용 범위와 판단 기준을 더욱 모호하게 설정했다는 점이다. 닥터나우 방지법은 거래나 협력이 금지되는 특수관계를 2촌 이내 친족, 법인 임원 등 8개 항목으로 법률에 직접 명시했다. 반면 이 의원안은 이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특수한 관계’로만 표현했다. 어떤 행위가 금지되는지 법률만으로는 가늠하기 어렵고 핵심 내용을 하위 법령에 광범위하게 맡겼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헌법상 포괄위임금지 원칙과 충돌할 소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부당한 영향력’과 ‘판촉영업’ 역시 경계가 명확하지 않다. 플랫폼이 여러 도매업체를 입점시키는 오픈마켓형 서비스를 운영하거나 의·약사 대상 페이지에 제약사 광고를 게재하는 통상적 영업 행위까지 논란의 영역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산업계에서는 해석의 폭이 넓을수록 사업자들이 고발과 소송에 휘말릴 위험도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우려는 산업에만 그치지 않는다. 법적 부담이 커지면서 사업 축소나 시장 철수 사례가 늘어날 경우 비대면진료에 의존해온 환자들의 의료 접근성도 함께 낮아질 수 있다. 플랫폼이 제공하던 편의 기능과 선택권이 줄어들면 이용자들은 비대면진료가 활성화되기 이전의 불편한 환경으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플랫폼업계 관계자는 “직역단체의 고발장 한 장만으로도 수사가 시작될 수 있는 구조에서 스타트업은 자신의 행위가 ‘부당하지 않다’는 점을 스스로 입증해야 하는 부담을 떠안게 된다”며 “수 억원에 달하는 법률 대응 비용은 물론 민원 처리에 드는 행정적 부담까지 감당해야 하는데 아직 안정적인 수익 모델조차 갖추지 못한 스타트업에는 사실상 버티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준이 모호할수록 이를 활용할 수 있는 기득권의 영향력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이미 국회를 통과해 시행을 앞둔 비대면진료 관련 법률과 현행법만으로도 불공정 행위를 충분히 통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추가 입법이 불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오는 12월 24일 시행 예정인 비대면진료 법안은 특정 의료기관이나 약국으로 환자를 유도하거나 추천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지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은 “모든 플랫폼에 대해 예외 없이 도매상 허가를 금지하는 것은 헌법상 영업의 자유와 직업 선택의 자유를 제한할 소지가 있어 규제의 필요성과 헌법상 자유 간 비교형량을 통한 종합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법안이 통과되면 비대면진료 업체들은 약사법, 의료법에 공정거래법까지 더해진 3중 규제에 묶이게 된다. 이는 스타트업 육성과 규제 완화를 외쳐온 현 정부의 기조와 정면으로 충돌해 논란이 더 커질 전망이다. 실제로 정부는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출신을 국무총리로 지명할 만큼 벤처·창업을 통한 경제 활성화에 무게를 두고 있다. 과거 닥터나우 방지법 발의 때도 혁신 저해 우려로 청와대가 직접 재검토에 나섰던 만큼 이번 우회 발의는 정부와 국회 간의 불협화음을 더 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확률은 공개됐고, 경쟁은 이제부터다: 아이템은 운에 맡겨도, 컴플라이언스는 운에 맡길 수 없다 [BKL 게임&비즈리포트]](https://pimg.mk.co.kr/news/cms/202607/15/news-p.v1.20260714.6c9675c96253487ab186622f8e411171_R.png)









English (U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