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주행 차량과 충돌…투잡 뛰던 30대 가장 숨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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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전 3시 57분경 장흥군 유치면 늑용리 왕복 2차선 도로에서 스포츠유틸리티(SUV) 차량과 1t화물차가 충돌해 운전자 2명이 그 자리에서 숨졌다. 경찰은 SUV 차량이 2km 가량 역주행한 것을 확인하고 음주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해 부검을 할 예정이다. 전남소방본부 제공

14일 오전 3시 57분경 장흥군 유치면 늑용리 왕복 2차선 도로에서 스포츠유틸리티(SUV) 차량과 1t화물차가 충돌해 운전자 2명이 그 자리에서 숨졌다. 경찰은 SUV 차량이 2km 가량 역주행한 것을 확인하고 음주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해 부검을 할 예정이다. 전남소방본부 제공

14일 새벽 전남 장흥에서 역주행 차량과의 충돌 사고로 ‘투잡’을 뛰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던 30대 가장이 숨졌다.

전남 장흥경찰서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3시 57분쯤 장흥군 유치면 늑용리의 왕복 2차로 도로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1t 화물차가 정면 충돌한 채 멈춰 있는 것을 지나가던 운전자가 발견해 119에 신고했다. 사고 당시 SUV는 장흥에서 영암 방향으로, 1t 화물차는 영암에서 장흥 방향으로 주행 중이었다.

블랙박스 영상 확인 결과 SUV 차량은 사고 지점 약 2km 전부터 역주행을 하다 정상 방향으로 주행하던 1t 화물차와 충돌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고로 SUV 운전자 나모 씨(59)와 1t 트럭 운전자 주모 씨(39)가 현장에서 숨졌다. 두 차량 모두 동승자는 없었다.

가해 차량 운전자인 나 씨는 강진 해안가에서 낚시를 마치고 귀가하던 중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가해 차량이 상당한 거리를 역주행한 것으로 확인돼 음주 여부 등을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피해자인 주 씨는 7세와 6세 자녀, 아내와 함께 전남 목포에 거주하며 1인 가게를 운영해온 가장이다. 생계가 넉넉하지 않아 주 2회 물류 배송 일을 병행하며 가족을 부양해왔다. 그는 매주 월요일과 수요일, 영암·장흥·강진 지역 자영업체에 납품할 물품을 배달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당일에도 평소처럼 오전 0시에서 1시 사이 나주의 한 물류업체에 도착해 약 2시간 동안 물품을 분류하고 트럭에 적재한 뒤, 오전 3시경 장흥으로 향하던 길에 변을 당했다.

주 씨로부터 물품을 받아온 거래처 관계자는 “술도 거의 하지 않고 늘 성실하게 일하던 분이었다”며 “가게 운영과 배송을 병행하며 책임감 있게 살아왔는데, 이런 사고를 당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않은 상황에서도 주 씨는 10여 년 전부터 목포를 비롯한 전남 지역에서 꾸준히 봉사활동을 이어왔다. 지인에 따르면 그는 봉사단체 임원을 맡아 바쁜 와중에도 소외된 이웃을 돌보는 데 힘써왔다. 지인은 “항상 따뜻하고 정이 많은 사람이었다”고 회고했다. 주 씨의 빈소는 목포의 한 장례식장에 마련될 예정이다. 경찰은 가해 차량 운전자에 대한 부검을 통해 음주 여부를 확인하는 등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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