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16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후보자 지명 효력을 정지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 한 권한대행을 상대로 재탄핵을 추진할지 주목된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한 권한대행 재탄핵 추진을 두고 팽팽하게 의견이 맞서고 있다. 한 권한대행의 무리수가 확인된 만큼 탄핵 소추로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한다는 의견과 대선을 앞두고 굳이 한 권한대행의 몸값을 올려줄 필요가 있냐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민주당은 그동안 한 권한대행의 이완규·함상훈 헌법재판관 후보자 지명과 한·미 통상 협상 추진 등을 ‘월권’으로 판단하고 탄핵소추안 발의를 검토해 왔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민주당에서는 한 권한대행을 무리하게 탄핵할 필요가 있냐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이때까지 탄핵안을 발의하지 않는다면 (4월 임시국회에서) 탄핵 추진을 사실상 못 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노 원내대변인이 이같이 말한 건 이달 임시국회의 마지막 본회의가 17일 하루밖에 남지 않기 때문이다. 탄핵소추안은 본회의에 보고된 때부터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무기명 투표로 표결한다. 17일 본회의에 한 권한대행 탄핵소추안이 보고되더라도 표결하려면 한 번 더 본회의를 열어야 한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동의하면 가능한 일이지만 국민의힘의 반발을 무릅써야 한다.
하지만 이날 오후 헌재가 한 권한대행의 지명 효력을 정지한 만큼 민주당 지도부의 고민이 깊어졌다. 당 내에서 “한 권한대행을 그대로 둬선 안 된다”는 주장이 빗발쳤기 때문이다. 정동영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한 권한대행은 명백히 헌법을 위반했고, 국민 정신건강에 위해를 가했다”며 “탄핵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날 헌재 결정이 위헌 여부를 따진 것이 아닌, 가처분 결정인 만큼 재탄핵을 추진하기엔 무리가 따른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조인 출신 민주당 의원은 통화에서 “판결문을 보면 가처분이라는 것이 아직 최종적으로 판단하기 전에 지금 불명확한 상태에서 그대로 진행하게 되면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하기 때문에 중단을 시키는 것”이라며 “위헌이라고 명확하게 결론을 내린 것이 아니어서 탄핵을 추진할 명분으로 삼기는 어렵지 않겠느냐”고 우려했다. 지도부 한 의원은 통화에서 “탄핵 여부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말을 아꼈다.
민주당에서는 한 권한대행 탄핵을 추진하면 40여 일 남은 대선 판도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민주당이) 탄핵시켰으니 (한 권한대행이) 출마하겠다고 하면 (보수 진영이) 자중지란이 일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다른 재선 의원은 통화에서 “이재명 전 대표가 유리한 대선인데 굳이 범보수에서 부상하는 한 권한대행을 탄핵으로 밀어 넣어 출마 명분을 만들어 주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신동욱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대통령 권한대행의 정당한 권한 행사조차 정치적 해석에 따라 제약될 수 있다는 위험한 선례를 남긴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한 권한대행은 당장 헌법재판관 후보자 지명을 철회하고, 국민 앞에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최형창/박주연 기자 ca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