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엮이기 싫어”…피 흘리며 쓰러진 아내 두고 테니스 치러간 남편 ‘집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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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뇌사…60대 남성 ‘유기죄’만 인정 돼

쳇GPT가 생성한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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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바닥에 피를 흘리며 쓰러진 아내를 발견하고도 아무런 조치 없이 외출한 60대 남성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15일 인천지법에 따르면 A 씨(64)는 지난해 5월 9일, 인천시 강화군 자택 화장실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아내 B 씨(50대)를 발견했다. 당시 그는 테니스를 치러 가기 위해 옷을 갈아입으러 집에 들른 상태였다.

그는 아내를 도우려 하지 않고, 쓰러진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의붓딸에게 보낸 뒤 그대로 집을 나섰다. 아내는 딸의 신고로 119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외상성 경막하출혈로 결국 뇌사 상태에 빠졌다.

경찰 조사에서 A 씨는 “예전에도 가정폭력으로 신고당한 적이 있어서, 또 문제가 생길까 봐 그냥 뒀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가 세 차례 가정폭력으로 신고된 것이 확인됐다. 그러나 아내가 매번 처벌을 원치 않아 사건은 종결됐다.

이날 재판에서 인천지법은 A 씨에게 유기치상 혐의 중 유기죄만 인정해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A 씨에게 징역 7년을 구형했지만, 법원은 “유기와 아내의 뇌사 사이에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방치한 것은 사실이고, 유죄로 인정된다”면서도 “피해자가 언제 머리를 다쳤는지 명확하지 않고, 피고인이 바로 도왔더라도 결과가 달라졌다고 단정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법의학 감정에서도 부상의 시점과 원인이 불명확하다는 의견이 제출됐다.다만 재판부는 “피해자가 피를 흘리고 있었는데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채 외출한 점은 매우 무겁게 봐야 한다”며 “피해자 가족이 엄벌을 탄원하고 있고 합의가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반성하고 있는 점 ▲동종 전과가 없는 점 ▲경찰로부터 “피해자에게 손대지 말라”는 조언을 받았던 점 등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피해자 자녀들은 판결에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A 씨는 아내가 위급한 상태라는 걸 알면서도 외면했다”며 “가정폭력 처벌 제도의 허점을 악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수연 기자 xunnio4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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