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후 5시30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더헤븐 마스터즈(총상금 10억원)를 최종합계 13언더파 203타로 마친 노승희는 팬들에게 여유롭게 사인해주고 있었다. 이다연이 1타 차 선두로 단 2개 홀을 남겨두며 우승에 한발 한발 다가서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매니저와 경기위원이 노승희에게 다가와 17번홀(파4)에서 이다연이 보기로 1타를 잃었다는 소식을 전했다.
간발의 차이로 놓친 듯한 우승컵이 다시 한번 손을 내민 순간, 노승희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연습그린에서 빠르게 몸을 푼 그는 연장전에서 6.2m 버디퍼트를 잡아내며 이다연을 꺾고 시즌 첫 승을 낚았다.
이날 경기 안산 더헤븐CC(파72)에서 열린 최종 3라운드에서 노승희는 보기 없이 버디만 6개 잡아내는 무결점 플레이로 6언더파 66타를 쳤다. 선두 이다연에게 5타 뒤진 공동 7위로 경기를 시작한 그는 최종합계 13언더파 203타를 쳤다.
앞서 1, 2라운드 모두 선두를 지키던 이다연은 첫 홀 보기로 1타를 잃은 뒤 좀처럼 타수를 줄이지 못하며 답답한 흐름을 이어갔다. 그사이 노승희는 완벽한 샷감을 앞세워 빠르게 리더보드 상단으로 치고 올라갔다.
이다연은 11번홀(파5), 14번홀(파4)에서 버디를 잡으며 선두를 지키는 듯했다. 하지만 17번홀(파4) 티샷 실수가 뼈아팠다. 오른쪽으로 크게 밀린 티샷은 깊은 러프에 빠졌고 두 번째 샷까지 러프로 향하며 결국 1타를 잃었다. 18번홀(파5)에서 세 번째 샷을 핀 3m 옆에 보내 버디 기회를 잡았지만 퍼트가 홀을 비껴가 승부는 연장으로 이어졌다.
노승희는 천금 같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경쟁자 이다연이 네 번째 샷 만에 그린에 공을 올린 상황에서 노승희는 6.2m 버디퍼트를 깔끔하게 성공하며 우승을 확정 지었다. 더헤븐 리조트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노승희는 인피니티 풀에 뛰어들며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지난해 6월 한국여자오픈에서 데뷔 첫 승을 거둔 노승희는 석 달 뒤 OK저축은행오픈에서 우승하며 단숨에 다승자가 됐다. 이번 대회에서 통산 3승을 달성하며 KLPGA투어의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긴 부진을 딛고 상승세를 이어가는 임희정은 최종합계 12언더파 204타를 쳐 3위, 유현조는 이지현과 함께 4위(11언더파 205타)로 대회를 마쳤다.
안산=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