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경기)=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1타 차 2위로 먼저 경기를 끝낸 노승희는 우승자가 탄생하면 물을 뿌려주기 위해 물병을 들고 있었다. 그러다 1타 차 선두를 달리던 이다연이 17번홀(파4)에서 보기를 하면서 공동 1위가 되자 서둘러 연습 그린으로 이동해 연장전을 준비했다. 그리고 이어진 연장전에서 6.1m 거리의 끝내기 버디로 시즌 첫 승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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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승희가 22일 경기 안산시 더헤븐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KLPGA 투어 더헤븐 마스터즈에서 연장 끝에 우승을 차지한 뒤 트로피를 들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골프in 김상민 기자) |
노승희가 22일 경기 안산시 더헤븐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날 3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6개 골라내며 6언더파 66타를 쳐 합계 13언더파 203타로 이다연과 공동 1위로 마친 뒤 1차 연장에서 이겨 우승했다. 이다연은 이날 버디와 보기 2개씩 주고받아 타수를 줄이지 못했다.
노승희는 18번홀(파5)에서 치러진 1차 연장에서 3타 만에 공을 그린에 올린 뒤 약 6.1m 거리의 버디 퍼트를 넣었고, 이다연은 4타 만에 그린에 올라와 파 퍼트를 앞두고 있었기에 남은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노승희가 우승을 확정했다.
지난해 처음 열린 이 대회는 첫해 배소현과 서어진, 황유민의 연장전에 이어 2년 연속 연장 승부 끝에 우승자가 가려졌다. 지난해 대회에선 배소현이 우승했다.
이번 대회는 이틀 전 내린 비의 영향으로 첫날부터 경기가 순연됐다. 이날은 2라운드 잔여 경기 뒤 오후 12시부터 1, 6, 10, 14번홀에서 출발하는 세미 샷건 방식(동시 출발)으로 열렸다.
선두 이다연에 6타 뒤진 공동 7위로 출발한 노승희는 3라운드 경기 시작과 동시에 1번과 2번홀에서 연속 버디를 챙겼고, 이어 4번(파5)과 8번홀(파3)에서 버디를 추가해 전반에만 4타를 줄여 선두 추격에 속도를 냈다. 후반에도 15번홀(파3)에 이어 17번홀(파4)에서도 버디를 추가해 이다연에 1타 뒤진 2위로 먼저 경기를 끝냈다.
이다연은 16번홀(파4)까지 1타 차 선두를 달렸으나 17번홀에서 보기를 적어내 노승희에게 연장을 허용한 게 뼈아팠다.
2년 전 KG레이디스 오픈에서 연장 끝에 서연정에게 져 프로 첫 승의 기회를 놓쳤던 노승희는 이날 우승으로 1년 9개월 만에 아쉬움도 씻어냈다. 통산 연장 전적은 1승 1패가 됐다.
그 뒤 데뷔 5년 만인 지난해 6월 한국여자오픈에서 데뷔 첫 승을 신고한 노승희는 OK저축은행 오픈에 이어 이번 대회에서 통산 3승에 성공했다.
우승으로 상금 1억 8000만 원을 추가한 노승희는 시즌 상금도 4억 187만3087원으로 늘려 5위로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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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PGA 투어 더헤븐 마스터즈에서 우승한 노승희(가운데)가 부친(왼쪽) 그리고 캐디와 함께 수영장에 빠지는 다이빙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골프in 김상민 기자) |
노승희는 이날 초 US여자오픈에 도전했다가 컷 탈락하고 돌아왔다. 짧은 경험이었지만, 이날 우승을 이끈 또 다른 원동력으로 꼽았다.
그는 “US여자오픈에 나갈 자격이 됐을 때 고민 없이 도전하려고 했고, 결과에 상관없이 무조건 도움이 될 거로 생각했다”며 “결과는 컷 탈락했지만, 자신감을 많이 얻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샷감도 좋았고 정말 잘하고 있었는데 마지막에 실수하면서 1타 차로 컷 탈락했다. 그러나 다음날 다시 연습장으로 가서 훈련했고 그 순간에도 캐디에게 ‘아마도 컷 탈락한 선수 중에서 내가 가장 행복한 선수인 거 같다’고 말했을 정도로 모든 게 만족스러웠다”며 “그 효과인지 KLPGA 투어에 복귀했을 때 샷감이 좋았고, 자신감이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시즌 첫 승으로 통산 3승을 채운 노승희는 남은 시즌 더 높은 목표를 꺼냈다. 그는 “올 시즌을 시작하면서 상반기 1승이 목표였고 할 수 있을 거 같았는데 샷이 잘 되면 퍼트가 안 됐고 퍼트가 잘 되면 퍼트가 안 되면서 엇박자가 나면서 ‘다시 우승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었다”며 “오늘 우승으로 상반기 목표를 이뤘으니 남은 시즌에는 2승을 추가하고 메이저 대회 우승에 도전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2라운드까지 선두를 달린 이다연은 2023년 9월 하나금융 챔피언십 이후 1년 9개월 만에 통산 9승에 도전했으나 연장전 패배로 준우승에 만족했다.
임희정은 최종합계 12언더파 204타를 쳐 3위, 유현조와 이지현은 합계 4위(11언더파 205타)로 대회를 마쳤다. 지난주 한국여자오픈에서 데뷔 첫 승을 거둔 이동은은 김민별과 함께 공동 6위에 올라 상승세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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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승희가 18번홀에서 진행된 1차 연장에서 6.1m 거리의 버디 퍼트를 넣으며 우승을 확정한 뒤 주먹을 쥐며 기뻐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골프in 김상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