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번달에도 정책금리 동결 기조를 이어가면서 한미 금리차가 역대 최대폭인 200bp(1bp=0.01%포인트)를 유지했다. 최근 급등하고 있는 수도권 집값에 이어 한미 금리차라도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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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AFP, 연합뉴스) |
美 통화정책 불확실성 높아…일러도 9월 인하 전망
박종우 한은 부총재보는 19일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파월 의장이 미 관세정책 영향 등을 고려해 정책을 신중히 결정할 것이라는 태도를 견지한 데다 연준 위원들의 전망도 크게 엇갈리고 있어 향후 통화정책 경로와 관련된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연준은 이번 FOMC 회의에서 시장 예상대로 정책금리를 4회 연속 동결(4.25~4.50%)했으며, 경제전망에서 성장률 전망치는 지난 3월 1.7%에서 1.4%로 낮추고 물가상승률은 2.7%에서 3.0%로 상향 조정했다. 연준 위원들의 금리 전망을 나타내는 점도표(dot plot)에 따르면 올해 약 두 차례 인하가 가능하겠지만 내년과 후년엔 한 차례씩만 금리를 내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연내 금리 동결을 예상한 위원의 수도 19명 중에 7명으로 지난 회의(4명)에 비해 늘었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일러야 오는 9월에 올해 첫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는 7월, 8월에 열리고 9월엔 열리지 않는다. 경기 부진으로 금리 인하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한미 금리차가 추가 확대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위원은 “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이 9월보다 더 뒤로 밀릴 가능성도 있다”며 “연내엔 금리를 한번만 내리고 내년 초 상황을 보면서 추가 인하를 고려할 수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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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통화정책 제약 요인 늘어…“8월 인하 힘들 수도”
한은은 한미 금리차를 기계적으로 보고 통화정책방향을 결정하지는 않는단 입장이다. 다만, 외환시장 변동성이 큰데다 1300원대 중후반에서 움직이는 환율 수준 등을 감안하면 한미 금리 역전폭 확대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최근 부동산 문제가 통화정책의 변수로 급부상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미 금리차 확대 부담까지 더해져 한은의 운신의 폭은 크게 좁아지는 모양새다. 추가 금리 인하가 수도권 부동산 시장 과열에 기름을 붓거나 외환시장 변동성 확대 등을 초래할 수 있어서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6월 셋째주(16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36% 상승했다. 20주 연속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으며, 상승폭은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 9월 둘째주(0.45%) 이후 최대다. 이날 기준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량은 7476건으로, 전월(5418건)에 비해 2000건 이상 급증했다. 거래 신고 기한(계약일로부터 30일 이내)이 이달 말까지라 거래량은 더 늘 것으로 보인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위원은 “7월 상황을 지켜봐야겠지난 8월 금리 인하 결정이 쉽지 않을 수 있다”며 “한미 금리차의 경우 단기간 확대되는 상황은 감내할 수 있으나 부동산 가격이 지금처럼 가파르게 오른다면 금리를 내리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전날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기자간담회에서 “한은은 물론 경기 등을 보고 금리를 결정하겠지만, 유동성을 과도하게 공급함으로써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심리를 증폭시키는 잘못을 범하면 안 될 것”이라며 “금리 인하의 시기, 언제 어느 정도 내릴지는 가계부채, 주택시장, 외환시장을 보면서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