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들 "상법 위반" 법적대응 예고 … 법조계 견해는
억대 성과급 액수 자체보다
파업 이후 손실·인력유출 등
경영진의 판단 절차가 핵심
법조계 "수용 힘들 것" 우세
"주주는 돈을 잃을 위험을 감수하고 회사에 투자합니다. 직원은 회사에 적자가 나더라도 안정적으로 월급을 받습니다. 위험을 감수하고 돈을 투자한 주주보다 직원이 훨씬 많은 돈을 받아 가는 게 말이 됩니까."
삼성전자 노사가 영업이익의 12%를 성과급으로 할당하는 잠정 합의안을 마련하자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이러한 불만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삼성전자 주주 단체인 대한민국주주운동본부는 이번 합의안이 이사회에서 결의되면 무효 확인 소송 등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예고했다.
이러한 움직임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단순히 성과급 규모가 크기 때문이 아니다.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로 넓힌 새로운 상법 시행 후 대규모 임직원 성과급 지급이 주주 이익을 침해했는지 따져보는 첫 시험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주주총회 없이도 직원 성과급 가능
22일 법조계와 재계 관계자들은 삼성전자 '반도체 특별성과급' 잠정 합의안에 대해 주주 단체가 주장하는 상법상 주주 충실의무 위반이나 업무상 배임이 실제 법원에서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내다봤다.
첫 쟁점은 삼성전자 노사가 이사회나 주총 승인 없이 대규모 성과급 지급을 결정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민경권 대한민국주주운동본부 대표는 "세전 영업이익의 12%를 직원들에게 준다는 노사 합의는 위법"이라고 했다. 세금을 징수하기도 전에 성과급을 산정하는 것은 국가 조세권 침해이고, 주총을 거치지 않은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은 주주의 잔여재산 분배청구권 침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일반 직원 성과급은 포괄적으로 임금에 해당해 주총이나 이사회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는 사안은 아니라는 반론이 많다. 임원 보수와 달리 직원 임금과 성과급은 원칙적으로 경영진이 결정할 사항이라는 것이다.
대형 로펌의 한 변호사는 "회사가 직원 임금을 책정할 때 영업이익에서 세금을 뗐는지를 따지지 않듯 성과급 산정 방식도 기본적으로 경영진 결정 사항"이라며 "다만 지급 규모가 근로의 양과 질, 회사 성과에 비해 과도한지는 별도로 다툴 수 있다"고 말했다.
수조 원대 성과급이 곧바로 배임에 해당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낮다는 반응이 나온다. 부장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노사 합의의 정당성을 뒤집으려면 단순히 지급 규모가 크다는 점을 넘어 주주에게 손해를 입힐 의도나 현저히 불합리한 의사 결정이 있었다는 점이 입증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관건은 경영진 판단 과정
이번 노사 합의가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규정한 상법 개정안 위반인지도 쟁점이다.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된 상법 개정안은 "이사는 회사와 주주를 위해 그 직무를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주주 측은 이사회가 성과급 지급안을 승인할 경우 단순한 임금 지급을 넘어 회사 이익 배분 구조를 바꾸는 결정을 하는 것이라고 본다. 이사들이 성과급 규모가 주주 환원, 배당 여력, 투자 재원, 장기 기업가치에 미칠 영향을 충분히 검토했는지가 충실의무 판단의 핵심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주주 충실의무'보다 '회사 충실의무' 관점에서 이번 성과급 합의의 정당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기업 지배구조 문제에 정통한 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주주 충실의무 규정은 회사와 주주의 이익 또는 주주 간 이익이 충돌할 때 소액 주주의 이익도 고려하라는 취지"라며 "파업으로 회사가 마비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성과급으로 합의점을 도출한 것을 회사나 주주의 이익에 반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법정 다툼으로 가더라도 핵심은 성과급 액수보다 경영진이 합리적인 정보와 절차에 따라 판단했는지가 될 가능성이 크다. 법원은 통상 경영상 판단에 대해 결과만 보고 위법성을 쉽게 인정하지 않는다. 다만 경영진이 주주 환원이나 회사 재무 상태에 미치는 영향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았거나 회사 재산을 현저히 불합리하게 이전했다는 사정이 드러나면 충실의무 위반 논의가 가능하다.
기존에 과도한 보수 지급이 문제 된 사건들은 주로 대주주나 대표이사 등 회사 지배 주체에게 회사 자금이 이전된 경우였다. 이번처럼 일반 임직원 전체 성과급을 두고 주주가 이사의 충실의무 위반을 주장하는 사례는 드물다.
[박홍주 기자 / 이승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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