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윤완준]尹 주변 잠식했던 정치 브로커의 그늘

1 week ago 7

윤완준 논설위원

윤완준 논설위원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은 지난 대선 때 ‘윤핵관’ 3인방 중 한 명이었다. 대통령직인수위에서도 실세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청와대 이전 TF팀장을 맡은 것은 물론 인수위 인사검증팀 구성에 조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에서 직을 맡지 않았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 소통하며 권부 사정에 밝았다. 지난해 하반기에도 ‘누가 친윤 핵심이냐’는 질문에 친윤 의원들조차 윤 의원을 꼽을 정도였다.

친윤 핵심에 공천·인사 청탁 의혹

그런 그가 무속인 ‘건진법사’ 전성배 씨 의혹의 주요 관련자로 이름이 오른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전 씨가 윤 의원에게 인사 청탁 문자를 보낸 건 2022년 인수위 출범 나흘 뒤였다. 자신이 인사를 3명 부탁했는데 1명은 들어갔고 2명은 확정이 안 됐다는 재촉성이었다. 그런데 전 씨가 인사를 부탁했다고 문자에 밝힌 의원은 윤 의원만이 아니었다. 또 다른 핵심 친윤 의원 2명의 이름이 함께 등장한다.

전 씨가 윤 전 대통령 집권 초부터 정권 핵심들에게 인사를 청탁해 1명은 성사될 정도의 위치였다는 셈인데, 이 말고도 이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전 씨는 그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윤 의원과 또 다른 친윤 핵심 의원에게 군수 후보 공천을 부탁하는 문자를 보냈다. 공교롭게도 해당 인사가 공천을 받았다. 전 씨 휴대전화엔 처남 몫으로 A 행정관이 대통령실에 들어갔다는 취지로 의심되는 문자도 있다. 전 씨 처남은 대선 후보 시절 윤 전 대통령을 수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천은 물론 공공기관 임원, 검찰, 경찰 인사를 청탁받은 문자에 이력서까지 전 씨 휴대전화에 수두룩이 남아 있다고 한다.

이쯤 되면 전 씨가 도대체 어떤 위상이었기에 친윤 핵심들에게 접근하고 청탁이 쏟아졌는지 궁금해진다. 윤 전 대통령은 대선캠프를 찾은 자신의 어깨를 두드린 전 씨가 논란이 되자 그와 인사 정도 한 사이라고 해명한 바 있지만 최근 밝혀진 정황은 그 신빙성을 의심케 한다. 전 씨가 검찰 조사에서 윤 전 대통령과 친분이 있다고 진술했고, 윤 전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 씨는 지난해 9∼12월 10차례 전 씨와 통화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전 씨에게 김건희 여사의 전시기획사 고문 명함이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의문은 더 커진다.

윤 전 대통령 부부와의 관계를 과시하지 않고서야 무속인이 정치 브로커처럼 여기저기서 공천이며 인사 청탁을 받는 걸 상상할 수 있을까. 청탁들이 성사됐다면 불법 공천·인사 개입이 될 것이고 그 과정에서 돈이 오갔다면 불법 정치자금이 될 터인데, 검찰이 수사로 밝혀야 할 것이다.

정권 수준 보여주는 법사폰·황금폰 판도라의 상자를 연 셈이 될지 모를 이런 내용들은 검찰이 전 씨의 이른바 ‘법사폰’을 포렌식으로 복원한 뒤 쏟아지고 있다. 뭔가 익숙한 광경이다. 명태균 씨 의혹도 명 씨의 ‘황금폰’이 열리자 분명한 정황과 사실들이 흐릿했던 의혹의 겉옷을 벗었다. 윤 전 대통령이 친분을 부인했지만 관계를 의심할 새 정황이 드러나는 것도, 각종 공천과 인사, 이권 개입 의혹이 잇따르는 것도 비슷하다. 명 씨 의혹에 국민의힘 정치인들이 줄줄이 거론된 것처럼 전 씨 의혹에 친윤 의원들의 이름이 나오고 있다.

정체가 무속인이든 정치 브로커든 진짜 얼굴이 무엇이든 권력 주변에 부나비처럼 달려들어 기생하며 그 곁불을 쬐려 했다는 본질은 차이가 없어 보인다. 권력 중심에 가까운 양 행세하며 잇속을 챙기려 한 듯한 의혹도 마찬가지다. 이들이 여기저기 촉수를 뻗치며 버젓이 활개 친 정황은 이 정권의 한심한 수준을 보여준다. 그들과 어떤 관계였든 그 관계를 분명히 끊어내지 못한 권력자의 책임이 가장 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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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완준 논설위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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