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결과에 따라 피의자는 천당과 지옥을 오간다. 구속되면 판결이 나오기 전 최장 6개월간 구치소에 갇힌 상태에서 수사와 재판을 받게 된다. 또 일단 구속된 사람에겐 범죄자라는 낙인이 찍힌다. 나중에 무죄 판결을 받더라도 낙인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형사법의 대원칙인 무죄 추정의 원칙 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많다. 이에 법조계에서 보완책으로 언급돼 온 제도가 ‘조건부 구속’이다.
구속-불구속 양자택일밖에 없는 현실
조건부 구속은 구속영장을 발부하되 일정 조건을 붙여 피의자를 석방하고 조건을 지키지 않으면 구금하는 것이다. 1999년 대통령 소속 사법개혁추진위원회에서 처음 공개 제안한 이후 수차례 국회에 관련 법안이 발의됐다. 지난달 26일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이 대표 발의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에도 조건부 구속을 도입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 법안에선 석방의 핵심 조건으로 전자발찌 부착을 제시했다.
검찰의 논리는 지난해 구속자 수가 1999년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불구속 수사가 대폭 늘었고 지금도 구속적부심, 보석 등 다양한 석방 제도가 있어 조건부 구속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구속자 수가 줄었어도 굳이 구속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가 남아 있다면 더 줄이는 게 맞다. 또 현행 석방제도는 일단 피의자를 구치소에 수감한 뒤 심사를 거쳐 풀어주는 것인 만큼 처음부터 구금할 필요가 없는 경우엔 조건부 구속을 적용하는 게 합리적이다.
풀려난 피의자의 보복 범죄 막는 게 관건
다만 조건부 구속으로 피해자 보호가 취약해질 수 있다는 검찰과 법조계 일각의 목소리에는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물론 구속은 원칙적으로 피의자·피고인의 신병을 확보해 출석과 형 집행을 담보하기 위한 절차다. 하지만 피해자에 대한 보복이나 재범을 막는 예방적 기능이 있다는 점도 현실적으로 무시할 수 없다. 그런데 지난해 기준으로 법무부 전자감독 인력 1명당 약 20명의 전자발찌 부착자를 담당하고 있다. 1인당 5명을 감독하는 영국 등에 비해 업무가 과중해 부착자 추적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조건부 구속이 시행되면 부착자가 더 늘어나 관리에 빈틈이 커질 우려가 있다.
장택동 콘텐츠기획본부 기자·부장급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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