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엔탈리즘 넘어 아시아의 새로운 언어 제시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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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은미 예술감독이 30일 기자간담회에서 ‘동방미래특급’ 공연 일부를 시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은미 예술감독이 30일 기자간담회에서 ‘동방미래특급’ 공연 일부를 시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먼발치에서 바라본 매혹적인 아시아가 아니라 생명력을 갖고 스스로 언어를 만들어내는 아시아 문화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아시아 퓨처리즘’의 문을 열 준비가 됐습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현대무용가 안은미 예술감독은 30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신작 공연 ‘동방미래특급’ 프레스콜을 열고 이 같은 포부를 밝혔다. 서양인이 오랫동안 소비해온 동양적 이미지를 넘어 안은미의 독창적인 해석으로 아시아 문화를 표현하겠다는 계획이다.

안 감독은 “‘오리엔탈리즘’이라고 이름 붙여진 것들의 말뚝을 빼고 싶다”며 “아시아 문화에 대한 리서치를 통해 새로운 언어를 제시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고 공연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안 감독은 무대와 의상, 소품 디자인도 직접 챙겼다. 무대는 한국을 포함해 아시아 10여 개국의 전통 원단과 패턴을 붙인 쟁반 800여 개로 채웠다. 안무가들은 안 감독이 즐겨 신는 대로 좌우 비대칭 컬러의 스타킹과 강렬한 채도의 의상을 착용하고 무대를 누빈다.

물구나무를 선 안무가들은 다리로 탈춤을 추듯 자유로우면서도 역동적인 움직임을 구현하고, 샛노란 의상을 입은 안무가들은 마치 반가사유상처럼 절제된 동작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안 감독은 흰 치마 속에 숨긴 전동 휠을 타고 등장해 양탄자를 탄 전설 속 인물처럼 무대를 유영한다.

그는 이번 공연을 위해 필리핀 마닐라, 인도네시아 발리, 일본 오키나와 등지에 머물며 이들 지역에서 포착한 아시아의 정서와 움직임을 몸의 언어로 풀어냈다. 안 감독은 “130여 벌이 넘는 의상을 제작해 지금껏 가장 많은 의상과 소품을 만들었다”며 “진행 과정이 어려워 진통 같았지만 결과는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세련된 편집숍에서 들을 법한 몽환적인 음악도 돋보인다. ‘범 내려온다’로 유명한 밴드 이날치의 장영규가 음악감독을 맡았다.

이번 공연은 베를리너 페스트슈필레, 파리 시립극장 등 유수의 유럽 극장과 세종문화회관이 공동 투자했다. 2일부터 4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초연한다. 이후 내년 3월까지 유럽 투어를 할 예정이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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