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 제러미 리프킨은 ‘노동의 종말’을 통해 기술 진보가 인간의 일자리를 소멸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오늘날 AI는 그 예언을 현실로 소환하고 있다. 생성형 AI의 진화와 피지컬 A’의 등장으로 사무직 및 생산직 업무의 70%까지 자동화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러나 AI 도입에 따른 업무 효율성 향상을 인건비 절감이라는 지표와 단순하게 연결하려는 의도는 미래 자본의 조기 현금화에 불과하다. 업무의 효율성을 통해 확보한 여유 자원을 단순히 ‘삭제’할 것인지, 아니면 새롭고 도전적인 과제로 ‘전이’할 것인지는 중요한 문제다.
AI, 일 줄이지만 방향성 못정해
경영학에는 ‘전략적 여유(strategic slack)’라는 개념이 있다. 조직이 당장의 운영에 필요한 것 이상의 자원을 의도적으로 보유하는 것을 의미한다. 많은 경영자가 이를 ‘낭비’로 오해할 수 있지만 급변하는 환경에서 기업이 파괴적 혁신을 통해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밑거름이 될 수 있다. 마거릿 미드라는 인류학자는 세상을 변화시킨 새로운 기술혁신의 변곡점에 언제나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중요하지만 시급하지 않은 일’ 영역에서 소규모 미치광이 같은 사람들이 하나의 목표를 세우고 열정적으로 함께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기업은 핵심 자원을 ‘중요하고 시급한 일’에 투입하느라 정작 미래를 위한 준비를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다. 파괴적 혁신은 기존 자원에 새로운 것을 더하는 게 아니라 먼저 기존 업무를 줄이고 확보한 여유 자원을 도전적인 과제에 재투입하는 선순환 구조를 통해 달성할 수 있다.
그러나 전략적 여유가 반드시 혁신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여유 자원은 방향을 잃으면 곧 비용이 되고, 명분을 잃으면 조직의 내부 갈등을 촉발한다. AI 시대에 진짜 희소한 자원은 시간과 인력이 아니라,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지 자신을 성찰하고 판단할 수 있는 능력, 즉 메타인지다. 메타인지는 ‘생각에 대한 생각’이다. 내가 무엇을 알고 있고, 무엇을 모르고 있으며, 지금 하는 일이 진짜 중요한 일인지, 아니면 관성에 의해 반복되고 있는 일인지를 스스로 점검하는 능력이다. AI가 업무의 상당 부분을 대체하는 시대일수록, 인간에게 남는 역할은 ‘더 빨리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문제를 정의하는 것’으로 이동한다. 그리고 문제를 정의한다는 것은 결국 자신의 사고 프레임과 한계를 인식하는 메타인지적 작업이다.
생성형 AI는 놀라운 답변을 제공할 수 있지만, 무엇을 질문할지 결정하지는 않는다. 피지컬 AI는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지만, 그 생산성이 어디를 향해야 하는지는 판단하지 못한다.
문제 정의하는 메타인지가 중요
AI는 손전등일 수는 있어도, 나침반이 되지는 않는다. 그 나침반의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메타인지다. 전략적 여유가 확보된 조직에서 메타인지가 부족하다면, 그 여유는 곧바로 새로운 ‘가짜 일(fake work)’로 채워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많은 조직이 AI를 도입한 이후, 줄어든 업무를 재설계하지 못한 채 더 많은 보고서, 더 잦은 회의, 더 정교한 ‘성과 관리 작업’으로 여유를 소모하고 있다. 이는 일이 줄지 않아서가 아니라, 무엇을 줄여야 하는지 성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파괴적 혁신의 전제는 기술이 아니라 인식의 전환이며, 그 출발점은 메타인지다. 마거릿 미드가 관찰한 ‘중요하지만 시급하지 않은 영역’에서의 혁신 역시 마찬가지다. 그 영역에 뛰어든 사람들은 단순히 시간이 많았던 사람들이 아니라, 당시의 주류 논리와 업무 관성에서 한발 물러서 “지금 우리가 하는 일이 정말 맞는가”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었던 사람들이었다. 이는 실행력 이전에 성찰의 문제였고, 효율 이전에 메타인지의 문제였다.
AI는 일을 줄여줄 수 있다. 그러나 줄어든 일 이후의 방향을 설계하는 것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그리고 그 설계의 중심에는 언제나 메타인지가 있다.
오승민 LG화학 인재육성 담당

5 hou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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