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환 은퇴 배경은? “몸에 이상 느껴, 100% 아니라 내가 결정” [오승환 은퇴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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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이상을 느끼면서 100%의 퍼포먼스를 야구장에서 낼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 때 쯤 은퇴를 많이 고민하게 된 것 같다.”

한국야구의 영원한 ‘끝판대장’ 오승환(43, 삼성)이 은퇴를 결정한 배경은 ‘야구장에서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할 것 같다’는 마음에서였다. 21년간 선수 생활을 하면서 오승환에게 언제나 가장 중요했던 것의 팀의 승리였다.

오승환이 7일 인천 연수구 오라카이 호텔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가졌다. 기자회견 단상에 선 오승환은 “안녕하세요.오승환입니다. 팀이 치열하게 순위 싸움을 하고 있는 와중에 이렇게 혹시나 민폐를 끼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앞선다”면서 “더운 날씨에 이렇게 많이 찾아와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시즌 중에 이런 발표를 하게 됐는데 사실은 아직 실감이 안난다. 마지막이란 단어가 아직 와닿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진(인천)=천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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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기자회견을 마련한 것에 대해 오승환은 “아직 어떤 말씀을 드려야할지 모르겠는데, 선수로서 도움을 많이 받았고 팬들에게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선수 생활 마지막에 인사를 드릴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는 것도, 여러 선수가 하지 못할 자리를 마련해준것에 대해서 구단에도 감사하다는 말을 드리고 싶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이어 오승환은 팬들에게도 “(등번호) 21번이란 숫자를 다시 생각해보니까 나의 선수 생활이 21년이더라. 이런 21이란 숫자를 뜻깊게 만들어주신 삼성 구단, 팬들, 또 삼성 최초의 투수 영구 결번을 만들어준것은 팬들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나를 향한 수많은 수식어도 팬들의 많은 관심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자리에서 다시 팬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며 거듭 고마움을 전했다.

지난 2005년 2차 1라운드(5순위) 지명을 통해 삼성 유니폼을 입은 오승환은 데뷔 첫해 전반기 막판부터 본격적으로 마무리투수 보직을 맡은 뒤 전설과도 같은 성적을 쌓아올렸다.

2006년과 2011년에 각 47세이브를 기록하는 등 KBO리그 통산 737경기에서 427세이브, 19홀드, 44승33패, 평균자책점 2.32의 성적을 남겼다. 오승환은 KBO리그에서 뛰면서 철벽 마무리 투수의 면모를 보여주며 전문 불펜 마무리 투수의 가치를 사실상 한국 야구팬들에게 각인시키고 만들어냈다.

오승환은 KBO리그 통산 최다(6회) 및 최초 3연속 구원왕(2006∼2008년)에 오른 바 있다. 또한 역대 최다인 28연속 세이브(2011∼2012년) 기록은 물론, 단일 시즌 최다 세이브(47개), 역대 최고령 40세이브 및 구원왕(2021년) 기록도 갖고 있다.

사진(인천)=천정환 기자

사진(인천)=천정환 기자

오승환이 불혹이 넘은 나이에도 좋은 모습을 보여줬고 여전히 뛰어난 구위를 갖고 있단 점에서 은퇴를 결정하기 쉽지 않았을 수 있다. 하지만 오승환은 객관적으로 자신의 상태를 확인했고,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오승환은 “사실 아직까지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라이온즈파크에서 마지막 경기를 할때쯤에는 피부로 와닿을 것 같고, 아직은 실감이 안 난다”면서도 ‘갑작스러운 발표로 느껴진다, 은퇴를 결정한 계기나 순간이 있나’는 취재진 질문에는 “갑작스럽진 않은 것 같다. 제가 은퇴를 한다는 게 전혀 이상하진 않은 것 같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되면서 이제 은퇴를 해야 되는 것이 아닌가 란 생각을 했다”고 담담히 말했다.

2019년 여름 삼성 라이온즈로 컴백했다. KBO리그로 돌아온 이후 오승환은 2021년 64경기서 리그 최다인 44세이브(ERA 2.03)의 특급 성적을 올리며 한국 야구 통산 최고령 세이브왕 기록을 경신하기도 했다.

오승환은 불혹을 넘긴 나이에도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이듬해인 2021년 31세이브, 2022년 30세이브로 여전한 기량을 뽐냈다. 2024시즌에도 전반기까지 24세이브를 올리며 활약을 이어갔지만 후반기부터 급격한 하향세를 겪었다. 결국 마무리 투수 보직을 반납한 오승환은 2군 퓨처스리그에서 다시 제 구위를 찾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전성기 기량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런 오승환은 올 시즌을 앞두고도 설욕을 위해 구슬땀을 흘렸다. 하지만 시즌 전 모친상을 겪는 등 개인적인 아픔을 겪기도 했다. 올해 6월 1군에 복귀해서도 오승환은 11경기에서 승패 없이 평균자책 8.31로 부진했다.

오승환은 “올 시즌을 치르면서는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다.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팀에 도움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몸에 이상을 느끼고, 올 시즌 초부터 100%의 몸상태를 보여주지 못하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부터 그런 생각을 하게 됐다. 그래서 제가 먼저 구단에 말씀드렸고 그 결정들이 은퇴가 됐지만 지금 좋은 방향으로 가게 됐다고 생각한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사진(인천)=천정환 기자

사진(인천)=천정환 기자

오승환은 해외에서도 뛰어난 커리어를 쌓았다. 2011시즌부터 2013시즌까지 삼성의 통합 3연패를 이끈 뒤에는 한신 타이거스와 계약해 일본 프로야구(NPB)에 진출했다. 오승환은 일본프로야구에서도 2시즌만에 80세이브를 기록했고, 2년 연속 일본 프로야구 세이브왕에 올랐다.

이후 MLB로 무대를 옮긴 오승환은 세인트루이스, 토론토, 콜로라도 등 3개 팀에서 마무리 투수와 셋업맨으로 뛰었다. 특히 메이저리그 진출 첫 시즌이었던 2016시즌 오승환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소속으로 데뷔 시즌 76경기서 6승 3패 14홀드 19세이브 평균자책 1.92, 79.2이닝 103K 18사사구라는 뛰어난 성적으로 마쳤다. 이후에도 꾸준히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한 오승환은 메이저리그 통산 42세이브, 45홀드, 16승13패, 평균자책점 3.31의 성적을 올렸다.

그렇게 오승환은 한국, 미국, 일본 통산 549세이브라는 전설의 금자탑을 쌓았고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결정했다. 그런 오승환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국내서 2023년 10월 14일 SSG 랜더스전에서 기록한 개인 통산 400세이브다.

오승환은 “이 질문을 받았을 때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우선 국내서 400세이브를 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세이브라는 게 팀의 승리를 지킨다는 마음에서 ‘더 중요한 세이브는 없다’고 평소 생각해 왔다. 하지만 일단 그 질문을 받았을 땐 400세이브가 가장 기억에 남는 것 같다”고 했다.

삼성 구단은 은퇴 이후 오승환에게 지도자 연수를 포함한 다양한 계획들을 제안할 예정이다. 오승환은 제2의 인생에 대해 아직은 ‘결정되지 않았다’고 했다.

오승환은 “은퇴 이후의 계획은 아직 시간이 남았기 때문에 구단의 사장님, 단장님과 많은 이야기를 하겠다. 단장님이 말씀하신것처럼 은퇴 이후 오승환의 제2의 인생을 위해 지원을 해주기 위해서 많은 이야기들을 해주셔서 구단과 많이 상의하겠다”고 했다.

사진(인천)=천정환 기자

사진(인천)=천정환 기자

마무리 투수라는 보직은 오승환의 천직이었지만 큰 부담이기도 했다. ‘선수 커리어에서 가장 어렵고 힘들었던 순간’을 말해달란 질문에 오승환은 “힘들고 어려웠던 순간이 있다면 많다. 마무리 투수로서 매 시즌 일주일에 한 번, 한달에 한번이라도 꼭 힘든 상황이 찾아왔다. 마무리 투수는 블론세이브를 했을 때 가장 힘들다. 그게 팀의 순위 싸움에 가장 치명적인 상황이 나왔을 때 그때가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고 했다.

그렇지만 동시에 ‘오승환=한국을 대표하는 마무리 투수’라는 인식답게 그에겐 그 모든 순간과 기록들을 만들어낸 불펜투수와 마무리 투수란 보직은 그의 자부심이기도 했다. 오승환은 “신인 시절 때 인터뷰를 하면 불펜투수, 마무리 투수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했다”면서 “은퇴 이후 오승환이라는 선수를 얘기하면 ‘저런 불펜 투수, 마무리 투수가 있었네’라는 생각을 해줬으면 좋겠다. 시간이 지나도 그렇게 마무리 투수에 대한 회상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또 나의 기록과 나를 목표로 삼고 롱런하는 선수가 많이 생겨났으면 한다”고 했다.

사진(인천)=천정환 기자

사진(인천)=천정환 기자

‘제2의 오승환’이 될 만한 선수를 꼽아달란 질문에도 오승환은 후배들에 대한 깊은 애정, 마무리 투수에 대한 진한 자부심을 담아 덕담을 전했다. 오승환은 “너무 좋은 선수들을 내가 평가하기엔 무리가 있는 것 같지만 KT 박영현, 두산 김택연, SSG 조병현 선수가 있다. 또 한화 이글스의 김서현 선수도 있다”면서 리그의 젊은 마무리 투수들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오승환은 “그런 선수들이 많이 생겼고, 또 충분히 마무리 투수의 가치를 올릴 수 있는 좋은 선수들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그 선수들 중에 반드시 누군가가 내 기록을 깰 수 있는 선수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경쟁을 통해서 마무리 투수들이 이런 좋은 경쟁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으면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미일 통산 549세이브라는 위대한 금자탑을 쌓았다. 하지만 끝이 아니다. ‘통산 549세이브여서 1개만 더 추가하고 싶다는 생각은 없나’라는 질문에 오승환은 “말씀드렸듯이 아직 공을 놓지 않았다.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하는 상황이기에 세이브가 됐든, 지고 있는 상황에서든 마무리 투수로서 던지고 싶은 생각을 갖고 싶다. (웃으며) 549세이브 보단 550세이브가 낫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인천(송도)=김원익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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