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는 쓸쓸할 시간이 필요하다[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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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수는 예의를 갖추었을 때나 할 수 있는 것어떤 코끼리는 시체 옆에 있다가따라 죽기도 해요꺾인 꽃대썩은 식물의 심장세상 모든 집들에 귀신이 앉아 있어두드릴 문이 없어요어딘가엔 그늘만 따라다니는 해바라기가 있고신은 매번 약속에 지각했습니다(중략)당신의 핏속에는 무엇이 흐르는지 상상하다 이번 생을 다 써버렸습니다축하합니다,새로운 눈물이몸에 알을 슬고 태어납니다사랑이라는 누대의 누더기 위에서 무구하게도 자라납니다―김안녕(1976∼ )쌀쌀하다. 나뭇잎들이 초록을 내려놓고 울긋불긋 색을 입는 동안 가을의 중심에 도착했다. 가을에는 기분을 감지하는 더듬이가 한 뼘은 더 길어지는 것 같다. 고양이들은 겨울을 대비하려는지 식사량을 늘리고 잠을 많이 잔다. 쌀쌀하다는 감각이 쓸쓸하다는 감각으로 옷을 바꿔 입으려는 찰나, 이 시를 읽었다. 한동안 빗장을 단단히 걸어둔 집처럼, 사랑에 인색한 노인처럼 굳은 표정을 하고 다녔다. 미소를 지었을지라도 안쪽에선 딱딱한 표정을 한 채 웅크리고 있었다. 그럴 일일까? 쓸쓸하면 쓸쓸한 대로 슬프면 슬픈 대로, “축하합니다, 새로운 눈물이 몸에 알을 슬고 태어납니다” 안도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무엇이든 우리가 나중에 얻는 귀한 것은 “사랑이라는 누대의 누더기 위에서” 눈물과 슬픔으로 키워낸 것일 테니까. 쓸쓸하다는 감각은 소중하다. 어제 흘린 눈물은 내면에서 자라는 것들에게 비가 되어 주었을 것이다. ‘쓸쓸해’ 말하고 나서, 이번에는 ‘괜찮아’ 혼자 답한다. 우리에게는 쓸쓸할 시간이 필요하다. 조사에 주의하자. 쓸쓸한, 아니고 쓸쓸할! 박연준 시인©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좋아요 0개 슬퍼요 0개 화나요 0개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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