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빈의 저널톡] 영국 바이오뱅크 약 5만명 추적…좌식 시간과 치매 발병 비례
“정책 차원의 환경 변화 필요”…연구진, 사회적 개입 촉구
신체 활동을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는 뇌 건강을 지킬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루 중 앉아 있는 시간이 길수록 운동 여부와 상관없이 치매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8일 데이비드 라이클렌 로스앤젤레스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교 교수팀이 영국 바이오뱅크(UK Biobank)에 등록된 60세 이상 성인 4만 9841명을 평균 6.7년간 추적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손목에 착용하는 가속도계를 통해 참가자의 일상 속 좌식 행동을 측정했다. 좌식 행동은 컴퓨터 사용, TV 시청, 운전처럼 앉거나 기대어 있는 상태에서 에너지 소비가 1.5 MET(Metabolic Equivalent of Task) 이하인 활동을 의미한다. MET란 ‘운동 강도의 기준 단위’로 앉아서 쉬고 있을 때 소비되는 에너지의 양을 1로 두고 비교한 값이다.
이를 30초 단위로 측정해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활용, 하루 평균 좌식 시간과 좌식 행동의 패턴(좌식 시합 횟수, 평균 시합 길이, 최대 시합 길이 등)을 정량화했다.그 결과, 하루 좌식 시간이 평균 9.27시간보다 길수록 사고 치매의 발병률이 뚜렷하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평균 12시간을 앉아 있는 사람은 치매에 걸릴 위험이 1.63배, 15시간 앉은 경우에는 3.21배까지 증가했다.
반면, 하루 동안 앉아 있는 횟수는 치매 위험과 아무 관련이 없었다. 연구진은 “얼마나 자주 일어나느냐보다는 얼마나 오래 앉아 있었는지가 더 중요하다”며 “이제는 얼마나 운동하느냐보다 얼마나 오래 앉아 있느냐를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연구진은 치매 예방 전략에 ‘앉아 있는 시간’을 줄이는 습관이 포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러한 경향은 나이, 성별, 식습관, 수면, 사회경제 상태를 모두 보정한 모델에서도 유지돼 ‘긴 좌식 시간 자체’가 유해하다는 것을 증명했다.연구진은 “여가 시간 TV 시청처럼 인지적으로 수동적인 좌식 활동이 특히 더 위험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개인뿐 아니라 사회 전체가 ‘덜 앉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며 “앞으로 치매와 좌식 행동의 인과관계를 규명하기 위해서는 장기 종단연구와 병리 기반 분석이 더 필요하며, 이를 통해 치매 예방을 위한 구체적인 치료법이 나올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우리 사회가 장시간 앉아 있는 생활을 당연시하는 구조인 만큼, 개인적 실천을 넘어 정책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며 “일상 속 짧은 산책이나 정기적인 자세 전환만으로도 좌식 시간을 줄일 수 있으며, 이는 고령층의 치매 예방뿐 아니라 전반적인 건강 증진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미국의학회지(JAMA Network Open) 지난 2023년 9월 호에 게재됐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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