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송곳산 품에서 나를 보듬은 시간

1 week ago 21

바다를 내려다보는 빌라 쏘메(위사진)와 빌라 쏘메 로비의 조형물. 코스모스 울릉도 제공 코스모스 울릉도에 가보니얇은 나무판으로 제작된 객실 열쇠에 달이 그려져 있었다. 달이 조금씩 차올라 보름달이 됐다가 다시 기우는 모습이었다. 경북 울릉군 북면 추산리 ‘코스모스 울릉도’. 이곳에서의 시간이 해와 달, 바람과 물의 리듬을 따라 흐를 것임을 이 작은 열쇠가 예고하는 듯했다. 바다를 내려다보는 빌라 쏘메(위사진)와 빌라 쏘메 로비의 조형물. 코스모스 울릉도 제공 >> 음양의 조화, 건축과 조경2017년 일반 객실형 ‘빌라 떼레’와 2층 독채 ‘빌라 코스모스’로 문을 연 코스모스 울릉도는 지난해 ‘빌라 쏘메’를 새로 열었다. 쏘메(sommet)는 프랑스어로 산봉우리를 뜻한다. 울릉도의 전통 가옥 너와집에서 영감을 얻은 이 건물은 강풍과 폭설을 견디기 위한 ‘집 속의 집’ 구조를 현대적으로 풀어냈다. 지붕에는 얇게 켠 현무암을 얹었고, 객실마다 작은 정원을 두어 바깥 풍경을 실내로 끌어들였다. 香 雪 雲 筍 작은 정원을 곁에 두고 있는 빌라 쏘메의 객실. 코스모스 울릉도 제공 빌라 쏘메의 10개 객실에는 향(香), 설(雪), 운(雲), 순(筍)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순환상생(循環相生)’의 철학이 담긴 이름들이다. 남쪽의 ‘향’은 암벽에서 자라는 향나무처럼 불의 활력을, 서쪽의 ‘설’은 눈 덮인 바위의 고요함을 품는다. 동쪽의 ‘순’은 땅을 뚫고 올라오는 생명력을, 북쪽의 ‘운’은 산봉우리에 걸린 구름의 여백을 뜻한다.‘향 3’ 객실에서 테라스로 나가봤다. 정면으로 에메랄드빛 동해가 펼쳐지고 왼쪽으로는 송곳산이 솟아 있었다. 아래로는 인피니티 풀이 바다와 맞닿은 듯 이어졌다. 객실은 그 두 거대한 존재 사이에 잠시 놓인 작은 쉼표 같았다.코스모스 울릉도를 설계한 김찬중 건축가(더시스템랩 대표)가 내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울릉도에는 굉장히 원시적인 힘이 있어요.” 약 250만 년 전 바닷속 화산 활동으로 태어난 울릉도는 절벽과 기암괴석, 육지에서는 보기 힘든 식생을 품고 있다. 특히 북면 추산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송곳산이 눈을 붙잡는다. 김찬중은 처음 이 벼랑 끝 대지를 마주했을 때 “건물이 아닌 다른 무언가를 지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송곳산을 중심으로 이미 완성돼 있는 풍경의 이야기를 인간의 조형 행위로 덮어버리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보았다.‘코스모스(KOSMOS)’는 우주를 뜻하는 그리스어이면서 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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