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꼴찌 팀이 1위를 잡기도 하는 것이 축구다. 우리가 가진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겠다.”
2025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에 한국 및 아시아를 대표해 출격하는 K리그1 울산 HD의 사령탑 김판곤 감독의 출사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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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HD 선수들이 2025 클럽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을 앞두고 가볍게 몸을 풀고 있다. 사진=울산HD |
울산은 오는 18일 오전 7시(이하 한국시간) 미국 올랜도 인터앤코 스타디움에서 마멜로디 선다운스(남아프리카 공화국)와 2025 FIFA 클럽월드컵 조별리그 F조 첫 경기를 치른다. 이후 22일 플루미넨시(브라질), 26일 도르트문트(독일)와 잇따라 맞붙는다.
울산은 지난 2012(일본)·2020년(카타르) 대회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 클럽 월드컵 출전이다. 앞선 두 대회에서 모두 6위에 머물러 아쉬움을 남겼다. 이번 대회에서도 울산은 참가 팀 중 최약체로 꼽힌다.
미국 내에서 클럽 월드컵을 중계하는 ’다즌‘(DAZN)은 최근 출전 32개 팀의 파워랭킹을 매기면서 울산을 최하위인 32위로 평가했다. 이 매체는 “K리그1 3연속 우승팀 울산은 클럽 월드컵에서는 국내에서 우위를 재현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유력 미국 유력 스포츠 전문매체인 ’디 어슬레틱‘도 울산을 32개 팀 가운데 31위로 배치했다. 울산보다 낮은 순위는 뉴질랜드의 오클랜드 시티였다.
김판곤 감독도 외부 평가에 대해선 어느 정도 수긍했지만, 쉽게 물러날 생각은 없다고 했다. 그는 “축구는 32등이라고 해서 32위를 하는 것은 아니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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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판곤 울산HD 감독. 사진=울산HD |
이번 대회는 기존과 달리 국가대항전인 월드컵처럼 4년에 한 번씩 32팀이 참가해 챔피언을 가리는 방식으로 확대·개편됐다.
울산은 지난 6일 출국해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를 거쳐 베이스캠프가 마련된 샬럿에 도착했다. 첫날은 회복에 집중했고, 이후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소속인 샬럿FC의 훈련장인 아트리움 헬스 퍼포먼스 파크에서 현지 적응 훈련에 돌입했다.
울산의 첫 상대인 마멜로디는 남아공 프리토리아를 연고로 하는 아프리카 명문 클럽이다. 2017~18시즌부터 이번 시즌까지 8연속 남아공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통산 15회 우승(최다)으로 남아공 리그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마멜로디 미겔 카르도소 감독은 포르투갈 출신으로 지난해 12월 부임해 팀을 맡은 지 반년이 됐다. 셀타 비고(스페인), AFK 아테네(그리스), 히우 아브(포르투갈), 에스페랑스(튀니지) 등을 지휘했다. 볼 소유 중심의 축구를 구사하며 잘 갖춰진 게임 플레이와 공간을 효과적으로 활용한다. 울산과 마찬가지로 골키퍼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빌드업 축구를 구사한다.
경계 대상은 ‘이크람 레이너스’와 ‘루카스 히베이로’다. 두 선수 모두 200만 유로(약 32억 원)가 넘는 몸값을 자랑한다. 남아공 국가대표인 레이너스는 세 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22골-17골-15골)을 기록했다. 신장은 176cm로 크지 않지만, 스피드를 살려 공간을 빠져 들어가는 움직임이 뛰어나다. 플레이메이커인 브라질 출신 히베이로도 세 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11골-16골-20골)을 기록했다. 이번 시즌 48경기에 출전해 20골 13도움을 올렸다.
마멜로디는 선발 라인업에 남아공 대표팀 멤버가 7~8명 정도 속해있다. 사실상 남아공 국가대표팀이나 마찬가지다. 아프리카 특유의 스피드와 유연성에 브라질, 칠레 등 남미 출신 선수들이 발재간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베테랑 김영권을 중심으로 한 수비 조직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울산은 브라질 출신 최전방 공격수 에릭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에릭은 지난 샬럿과 연습경기에서 매서운 돌파와 결정력으로 상대 관계자들에게 찬사를 받았다. 이번 시즌 K리그1 14경기에서 8골로 팀 최다골을 기록 중이다. 에릭은 “최선을 다해 한국 축구의 수준을 입증하고, 울산이 경쟁력 있는 팀이라는 걸 보여주겠다”고 강조했다.
수문장 조현우는 대표팀 경기를 마치고 12일 현지에 합류했다. 울산 선수 중에 4년 전 유일하게 클럽 월드컵을 경험한 선수다. 조현우는 “소속팀 울산을 위해, 그리고 아시아와 국가를 대표해서 잘 막아야 한다“며 ”조별리그 첫 경기부터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