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수 서울대 의대 교수 인터뷰
평생 약물 복용 없이 치료 효과 유지
원천기술 실현할 산업 기반은 부족

이번 연구에 참여한 배상수 서울대 의대 교수는 최근 진행한 인터뷰에서 “생명의 설계도라 불리는 인간 유전자(디옥시리보핵산·DNA)를 직접 고치는 것은 ‘신의 영역’으로 여겨졌지만 이제 현실이 되고 있다”며 “한국이 가진 유전자 교정 기술로 환자를 치료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유전자 치료를 필두로 한 산업 생태계가 함께 성장해야 한다는 게 배 교수의 생각이다.
배 교수는 “유전자 가위를 활용한 유전자 교정은 약물을 반복적으로 복용하지 않고 한 번의 치료로 평생 치료 효과를 유지하는 장점이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인간 배아 유전자 교정은 질병 원인을 태어나기 전에 제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술적 도약으로 평가받는다.
배 교수는 지난해 동아시아인에게서 주로 나타나는 선천성 난청 유전자 ‘MPZL2’ 변이를 인간의 세포나 조직을 도입해 인간 질환을 좀 더 잘 반영하는 ‘인간화 생쥐’에서 유전자 가위로 교정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그는 “유전자 교정은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 문제가 있는 염기서열 자체를 교정하는 것”이라며 “정상 유전자 발현량이 자연스럽게 유지되고 세포가 분열한 이후에도 교정 효과가 이어진다는 장점이 있지만 기술적 난도가 높다”고 설명했다.국내에도 김진수 KAIST 교수를 비롯해 유전자 가위 기술 권위자가 많지만 인간 배아를 활용한 연구나 유전자 치료 분야 발전 속도가 더딘 데 대해 국내 연구윤리나 규제 탓으로 돌리는 경우가 많다. 배 교수는 생각이 조금 다르다. 연구자들의 힘으론 안 되며 원천기술을 실현한 산업 기반이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한국에도 뛰어난 연구자가 있지만 원천 기술을 실현할 산업 기반이 아직 부족하다”며 “바이오 분야에서 가장 탁월한 연구자들이 아직 학교에 있다는 것은 산업 기반이 활성화되고 있지 않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연구자와 기업·규제 기관이 함께 성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 유전자 치료제 승인 속도가 더딘 이유도 같은 맥락이라고 봤다. 배 교수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신중한 태도 역시 이해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자체 개발 사례가 전무한데 첫 승인에 대해 누가 책임질 것인가라는 문제가 남을 것”이라며 “사례가 없으니 승인이 안 되고, 승인이 안 되니 사례가 생기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 교수는 한국의 바이오 산업 성장 속도가 타 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느린 이유로 산업 경험의 부재를 꼽았다. 최근 ‘잘나가는’ 반도체의 경우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이미 최고 수준에 도달했기 때문에 새로운 기술이 나오면 그 가치와 위험성을 우리 스스로 평가할 수 있다. 반면 바이오 산업의 경우 한국이 자체적으로 신약을 개발한 역사가 20년이 채 되지 않는다는 점을 짚었다.그는 “복제약을 만들거나 위탁 생산은 해 왔지만 자체적으로 약을 개발한 역사는 짧다”며 “그러니 새로운 기술이 나왔을 때 이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산업계도 규제기관도 아직 잘 모르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단 한번 해보자고 하면 확 밀어붙이는 게 한국의 장점”이라며 산업과 규제가 함께 성숙해지면 빠르게 따라잡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유전자 가위를 활용한 유전자 치료 분야에서 해결해야 할 기술적 과제로는 전달체를 꼽았다. 유전자 가위를 원하는 부위에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기술이 아직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는 “주로 사용하는 바이러스 전달체는 유전자 가위를 체내에 오래 남겨 부작용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배 교수는 최근 국산 CAR-T 치료제 승인 등을 긍정적 신호로 평가했다. 유전자 치료 분야에서 한 번 성공 사례가 나오면 줄기세포나 오가노이드 등 첨단 바이오 분야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5년 안에 국내에서도 유전자 치료제 상용화가 가능하다고 본다”며 “우리 손으로 만든 기술로 환자를 실제로 고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문혜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moon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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