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일대에는 수험생을 겨냥한 각종 의약품을 광고하는 약국과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진료를 과목에 내건 병의원이 즐비했다. 강남구는 지난해 ADHD 치료제 주요 성분인 메틸페니데이트 처방률 전국 1위를 차지했다. 입시 경쟁이 치열한 학군지를 중심으로 ADHD 치료제가 이른바 ‘공부 잘하는 약’으로 인기를 끌면서 청소년의 비의료 목적 마약류 사용이 흡연 경험률마저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담배보다 많이 찾는 마약류 약물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은 지난해 8월부터 약 한 달간 전국 중·고교생 3384명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2%가 ADHD 치료제, 식욕억제제, 수면제 등 마약류 약물을 비의료 목적으로 사용한 경험이 있다고 이날 밝혔다. 한 번이라도 흡연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4.2%)을 뛰어넘은 수치다.
가장 많이 사용한 약물은 ADHD 치료제로 24.4%를 차지했다. 메틸페니데이트는 집중력과 인지 기능에 관여하는 도파민 농도가 부족한 ADHD 환자의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사용되지만 환자가 아닌 사람이 복용하면 식욕 부진, 신경과민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이 때문에 ADHD 치료제는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공부 자신감이 크게 향상된다’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 등의 입소문이 퍼지며 처방은 늘고 있다. 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6개월간 ADHD 약을 복용한 청소년 가운데 한 달 평균 20회 이상 투약했다는 응답은 23.1%에 달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20년부터 지난해 5월까지 10대 이하를 대상으로 한 처방량은 1억5085만 정으로 전체의 55.8%를 차지했다. 배승민 가천대 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최근 몇 년간 ADHD 진단을 받으러 병원을 찾는 소아청소년 환자가 미취학 아동 위주로 저연령화하는 추세여서 우려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ADHD 치료제를 장기간 복용한 후에는 끊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약물 특성상 복용을 중단하면 무기력감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대구 대표 학군지인 수성구에서 10년 넘게 정신건강의학과를 운영한 의사 김모씨는 “고교를 졸업한 환자 중 성인이 돼서도 7~8년 동안 오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진짜 환자’ 판별 쉽지 않아
청소년들이 마약류 의약품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이 문제로 지적된다. 연구원에 따르면 청소년들이 약물을 처음 알게 된 경로는 ‘약국 또는 병원’이 37.8%로 가장 높았고 ‘가족 또는 친척’ 22.2%, ‘텔레그램 외 다른 SNS’ 11.1% 순이었다.
메틸페니데이트는 처방전 없이는 살 수 없어 초진 환자는 검사부터 받는다. 혈압처럼 수치로 명확히 판별되는 질환이 아니어서 정성적 판단이 개입할 수밖에 없다. 이날 서울 역삼동의 한 정신건강의학과 직원은 “병원마다 질병 여부 판단에 차이가 날 수밖에 없어 처방전을 잘 내주는 병원에 환자가 몰리기 마련”이라고 했다.
정부는 관리 수위를 높여왔다. 식약처는 2023년부터 메틸페니데이트를 ADHD, 수면발작 치료 목적을 벗어나는 경우와 3개월치 이상은 처방하지 못하도록 강제했다. 그럼에도 처방은 늘고 있다. 대구의 한 가정의학과 개원의는 “요건이 강화됐지만 조금이라도 자녀에게 문제가 생기면 ADHD와 연결 지어 병원을 찾거나 성적 향상을 위해 찾는 이른바 ‘가짜 환자’가 많다”고 했다.
최근에는 청소년 사이에서 일반의약품을 한 번에 다량 복용해 환각을 경험하는 ‘OD’(약물 과다복용)도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온라인에 OD 등을 검색하면 “환각 느끼고 싶은데 약국에서 살 만한 약 추천 받아요”라는 글과 감기약을 추천하는 댓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해당 감기약에는 불법 마약 제조에 쓰이거나 환각 증상을 일으킬 수 있는 슈도에페드린 성분이 포함돼 있다. 박진실 법무법인진실 변호사는 “OD 문화의 심각성은 점차 드러나고 있지만 음성적으로 확산하는 만큼 더 철저한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영총/김영리 기자 youngch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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