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위키드'가 13년 만에 한국에 '초록 돌풍'을 일으키러 왔다. 더 경쾌하고 발랄해진 마녀들의 이야기가 끈끈한 감동을 선사할 전망이다.
30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뮤지컬 '위키드' 배우 및 뮤지컬 수퍼바이저 내한 공동 인터뷰가 진행됐다. 현장에는 글린다 역의 코트니 몬스마, 엘파바 역의 셰리든 아담스와 데이비드 영 뮤지컬 수퍼바이저가 참석했다.
'위키드'는 도로시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고전 소설 '오즈의 마법사'를 두 마녀 엘파바, 글린다의 삶을 위주로 유쾌하게 재구성한 작품이다. 그레고리 맥과이어의 베스트셀러 '위키드: 괴상한 서쪽 마녀의 삶과 시간들'이 원작이다.
'위키드'의 오리지널 내한은 무려 13년 만이다. 이번 내한 공연은 2023년 브로드웨이 초연 20주년을 맞아 성사된 투어의 일환으로, 호주에 이어 현재 공연 중인 싱가포르까지 약 3년간의 투어를 성공적으로 이끌며 호평받은 배우들이 함께한다.
이날 본격적인 인터뷰에 앞서 코트니 몬스마와 셰리든 아담스는 '포 굿(For Good)' 라이브 무대를 선보였다.
이어 한국 프로듀서인 신동원 에스앤코 대표가 무대에 올라 인사했다. 신 대표는 "브로드웨이 초연 20주년을 기념해 만든 투어가 시작됐고, 한국 관객분들에게 오리지널의 감동을 전하기 위해 내한 공연을 준비했다. '위키드'는 브로드웨이, 웨스트 엔드를 넘어 전 세계에서 열광하는 작품이다. 센세이션을 넘어 전설이 되어가는 과정 중에 있다. 세계적인 슈퍼스타를 초청하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로 침체해 있는 내한 공연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주고 변화의 신호탄이 돼 한국 뮤지컬 산업에 다채로운 성장을 일으키고 새 시대의 서막을 열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공연을 준비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오리지널리티'라고. 신 대표는 "이를 위해 최고의 창작진과 배우들을 모시는 게 가장 중요했다. 최고의 배우분들에게 가장 잘 맞는 역할이 만났을 때 무대에서 빛나는 것 같다"면서 코트니 몬스마와 셰리든 아담스를 "찰떡 캐스팅, 찰떡궁합"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다른 주·조연분들과 앙상블도 오래 합을 맞춰서 우리가 실현하고자 했던 오리지널리티를 가장 완벽하게 구현한다"고 강조했다.
'위키드'는 2024년 브로드웨이 최초 주간 박스오피스 500만 달러 돌파, 2025년 1월 웨스트 엔드 주간 박스오피스 기록을 갈아치우고, 전 세계 16개국 7000만명 이상의 관객이 관람하는 등 브로드웨이 초연 이후 22년째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작품의 '롱런 비결'과 관련해 셰리든 아담스는 "20년 넘게 같은 공연을 할 수 있고, 관객들이 계속 보면서 같은 반응을 할 수 있다는 게 영광이고 신기하다. 곡뿐만 아니라 이야기가 복합적으로 잘 쓰였다. 잘 쓰인 이야기와 배우, 곡, 무대 세트, 의상 모든 게 비결이지 않나 싶다"고 생각을 밝혔다.
코트니 몬스마는 '위키드'를 "브로드웨이를 대표하는 블록버스터"라고 정의한 뒤 "무대, 의상, 세트를 비롯해 모든 게 훌륭하게 만들어졌다. 어떠한 사회·시대든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고 덧붙였다.
'프로즌'의 안나로 주목받은 뒤 '위키드' 투어를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는 코트니 몬스마는 글린다와 하나가 된 자신을 강조했다. 그는 "글린다와 나 모두 신날 땐 100% 신나고, 누군가를 반길 때 100% 반가워한다. 다만 연기할 때는 발랄함이나 가벼움, 코미디적인 부분 외에 이야기에서 요구하는 깊이감 또한 충분히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양한 곳에서 공연할 수 있다는 건 아름다운 일"이라면서 "정말 많은 횟수의 공연을 했는데, 관객들이 10번을 봐도 또 배우는 점이 있다고 하더라. 나 역시 배우는 부분이 많고 실제 삶에 반영하고 싶은 부분도 많다"고 했다.
브로드웨이 초연 엘파바이자 세계적 스타인 이디나 멘젤의 '디파잉 그래비티(Defying Gravity)' 영상을 보고 꿈을 키워온 셰리슨 아담스에게는 더없이 특별한 의미를 지닌 작품이다.
셰리슨 아담스는 "이 작품이 주요 무대에서 주연을 맡은 데뷔작이라 영광이고 감사하다"면서 "뮤지컬 산업에서 엘파바라는 역할이 도전적이고 가장 힘든 역할일 거다. '디파잉 그래비티'는 만만치 않은 곡이지만, 관객들이 많이 기다려준 장면인 만큼 훌륭하게 표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여러 나라 공연을 다니면서 팬들과 출연자 출입구에서 만나서 대화할 때가 있다. 관객들이 '전에 봤는데 또 보러 왔다'면서 '삶의 아픔이 있었는데 치유가 됐다'고 말한다. 엘파바를 연기하면서 나의 강한 점과 약한 점을 인정할 수 있는 힘을 기르게 됐다. 나의 어떤 점이 다른 사람들과 다르며, 그게 괜찮고, 인정해도 될 부분인지를 당당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가르쳐준 작품"이라고 '위키드'에 대한 강한 애정을 드러냈다.
'위키드'의 강점으로는 화려한 무대와 친숙하고 완성도 높은 음악이 꼽힌다. 12.4m의 거대한 타임 드래곤, 날아다니는 원숭이, 350여 벌의 아름다운 의상을 통해 정교하고 마법 같은 판타지를 경험할 수 있다. '디파잉 그래비티', '파퓰러(Popular)', '포 굿' 등 트리플 플래티넘을 기록한 스티븐 슈왈츠의 수려한 음악도 작품을 완성하는 핵심 중의 핵심이다.
데이비드 영 수퍼바이저는 "음악의 속도감을 올렸다. 조금 더 모던해진 사회에 걸맞게 음악이 빨라지고 가벼워졌다. 더 발랄해져야 할 곳은 그렇게 반영하기도 했다. 개그나 코미디 면에서도 우리 사회에 더 맞게 바뀌었으니 찾아보시면 재미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2012년 한국 초연 때도 함께했던 그는 "한국이라는 나라와 한국인들에게 너무 감사하고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다. 그때 오셨던 분들도 또 오셔서 그 좋은 기억이 다시 살아나게 해주셨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신 대표는 "'위키드'는 진정한 마법은 다름을 인정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데에서 시작한다고 이야기한다. 누가 정해놓은 길이 아닌 내가 선택한 삶에 첫발을 내딛고 나의 한계에 도전하는 여정을 보여준다.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13년 만에 돌아온 초록 물결이 돌풍이 돼 대한민국을 초록 홀릭으로 몰아넣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위키드'는 오는 7월 12일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개막해 10월 26일까지 공연한다. 이어 11월 부산 드림씨어터, 내년 1월 대구 계명아트센터로 무대를 옮긴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