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로 "비만약 판세 바꾼 일라이릴리, 비결은 도메인 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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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로 "비만약 판세 바꾼 일라이릴리, 비결은 도메인 AI"

인공지능(AI) 육성이 새 정부의 1호 공약으로 꼽힌 만큼 기대도 크고 우려 또한 크다.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정부에서 취임 첫날 41개 행정명령을 내렸듯이 의미 있는 변화를 이끌기 위해서는 정부 초기부터 강력하고 신속한 추진이 필요하다. AI 혁신 생태계 조성을 정부의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면밀한 현실 진단과 다각도의 치열한 노력이 필요하다.

AI는 새로운 산업혁명의 물결을 일으키며 기존 산업 구조를 근본적으로 재편하고 있다. 실체가 무엇이냐는 비판을 받은 소위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바야흐로 열리고 있다.

우선 AI 기반의 정보기술(IT)산업 재구조화 조짐이 보인다. 최근 구글의 검색 점유율은 10년 만에 90% 아래로 떨어졌고, 일론 머스크는 조만간 AI가 검색을 대체할 것으로 예상했다. 인간 개입 없이 자율적으로 작업하는 에이전트 AI의 보편화를 위한 MCP와 A2A 등의 기술이 싹트고 있으며 세르게이 브린 구글 창업자는 최근 비약적으로 발전한 구글 제미나이가 최초의 일반인공지능(AGI) 모델이 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AI는 콘텐츠산업에도 침투 중이다. 3억5000만달러(약 4900억원)라는 천문학적 제작비가 투입된 영화 ‘아바타2’의 감독 제임스 캐머런은 생성형 AI 기업 스태빌리티AI 이사회에 합류했고, 유명 제작자 타일러 페리는 동영상 생성형 AI인 오픈AI의 소라를 접한 뒤 8억달러(약 1조1000억원) 규모 스튜디오 건립 계획을 철회했다. 최근 구글이 공개한 Veo3는 대본만 입력하면 경이로운 완성도의 고품질 영상을 제작해 준다. 초당 3만달러(약 4200만원)가 소요된 ‘아바타2’와 같은 막대한 비용 없이 대본만으로 적은 비용을 들여 영화를 제작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 K콘텐츠 기반 문화강국으로 부상 중인 한국에 위기이자 기회다.

산업 AI 분야도 유망하다. 2024년 미국 프린스턴대 연구진은 경험이 중요해 자동화가 쉽지 않은 아날로그 회로 설계에서 AI를 활용해 수시간 만에 사람이 수주간 설계한 회로보다 높은 성능을 달성했다. 미국 DARPA 자율 주행 챌린지에서 2005년 스탠퍼드대의 우승을 이끈 세바스천 스룬은 한국의 유망 AI 분야로 반도체와 인프라를 꼽았고 AI로 신약 개발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한 사례를 소개했다.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릴리는 노보노디스크와의 비만 신약 경쟁에서 AI를 바탕으로 판세를 바꾸고 있다. 산업 AI 영역에서 AI는 도구이자 대체재로 기능하고, 데이터가 핵심 경쟁력이 될 공산이 크다. 코세라 창업자인 앤드루 응 전 스탠퍼드대 교수는 수년 전 국내 굴지의 제조기업에 AI 자문을 무상으로 제공할 테니 제조 데이터를 공유해달라고 요청했고, 구글도 최근 국내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한 산업 AI 프로젝트에 데이터 처리용 클라우드를 제공하겠다고 나섰다. 그만큼 한국의 제조 데이터는 글로벌한 관심의 대상이다.

제조업 강국인 한국은 AI를 통해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AI 기반의 고부가가치 신산업을 육성해야 한다. 규제 중심의 유럽 AI법(EU AI Act)은 이미 유럽 AI산업의 경쟁력 저하를 유발하고 있다. 2024년 미국의 벤처캐피털(VC) 투자 규모는 808억달러(약 1131조2000억원)인데 유럽은 그 6분의 1인 128억달러(약 179조2000억원)에 그쳤다. 한국의 AI기본법은 진흥에 초점을 두고 있지만, 여전히 기업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 필요시 적극 개정해야 한다.

또한 은퇴를 앞둔 장인의 노하우를 계승하는 ‘명장 AI(마에스트로 AI)’ 등을 통한 기술 보존 노력이 필요하다. 생성형 AI를 활용한 K콘텐츠 산업 진흥이나 AI를 접목한 바이오메디컬 등과 같은 AI 기반 고부가가치 신산업도 육성해야 하며 AI 관련 창업의 흐름이 이어지도록 벤처 투자 환경과 대학의 창업 지원체계(창업 교원 수업시수 조정 등)를 현실적으로 정비해야 한다. AI는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의 일자리, 산업, 국가 안보를 변화시키고 있다. 이제는 기술을 뒤쫓는 ‘추격자’가 아니라 전략을 설계하고 주도하는 ‘설계자’로 거듭나야 할 때다.

한경·최종현학술원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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