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연체된 빚을 탕감해 주기 위해 민간 금융회사들도 수천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이 과거 사례를 앞세워 필요한 예산 절반을 ‘상생금융’으로 충당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다.
금융위원회는 19일 장기 연체채권 매입·소각 등 자영업자를 비롯한 취약계층 채무조정을 위해 8000억원의 재원이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이 중 이번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4000억원을 확보했다. 나머지 절반은 민간 금융사 몫으로 정해뒀다. 금융위 관계자는 “(추경에 반영되지 않은) 4000억원은 금융권 도움을 받아 마련해야 한다”며 “금융사와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밝혔다. 금융권의 출연 이유에 대해선 “과거에도 많은 은행이 도움을 줬다”고 설명했다.
금융사들은 난감해하고 있다. 당국이 총액만 할당해 발표했을 뿐 구체적인 내용을 공유받지 못해서다. 은행권을 대표하는 은행연합회 역시 “세부 출연 규모는 전혀 논의되지 않은 상태”라고 했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채무조정 출연을 시작으로 새 정부의 상생 압박이 본격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가산금리 관련 입법을 비롯해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은행의 전통적인 담보 위주 대출 관행을 시정해야 한다고 보고 있기 때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