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 尹 “1000명 이상!” 지시 뒤 부랴부랴 근거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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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대통령. 2025.9.26 뉴스1

윤석열 전 대통령. 2025.9.26 뉴스1
감사원이 27일 발표한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감사 결과에는 2000명이란 숫자가 어떻게 결정됐는지 그 우여곡절이 담겨 있었다. 그 과정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의중은 절대적이었다.

윤 전 대통령은 단계적 증원을 건의한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1000명 이상은 늘려야 한다”, “필요한 만큼 충분히 늘려야 한다” 등의 지시로 ‘2000명 일괄 증원’을 관철시켰다. 감사원이 이날 공개한 당시의 상황을 살펴봤다.

● 尹, 처음부터 “충분히 늘려라”

의대 정원이 처음 윤석열 정부의 과제로 떠오른 것은 2022년 7월 24일이었다. 서울아산병원의 한 간호사가 근무 중 뇌출혈 증상으로 이 병원 응급실에 갔으나 수술할 의사가 없어서 제대로 치료받지 못했고 다른 병원으로 옮겨진 뒤 숨졌다. 이 사고는 대형병원마저도 필수의료 의사가 없다는 점에서 당시 파장이 컸다.

이에 윤 전 대통령은 2022년 7월 30일 사고의 원인을 복지부에 질문했고, 당시 복지부 2차관은 의사 수 절대 부족이 원인이라며 의대 증원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 윤 전 대통령은 복지부의 보고에 “필요한 만큼 충분히 늘려야 한다”고 지시했다.

조규홍 당시 복지부 장관은 다음해인 2023년 6월 2일 윤 전 대통령에게 2025년부터 2030년까지 1년에 500명씩 6년간 총 3000명을 증원하는 안을 보고했다. 보고를 받은 윤 전 대통령은 “(1년에) 1000명 이상은 늘려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감사원은 관련 브리핑에서 “(윤석열) 대통령 반응이 1000명 이상으로 해야하지 않냐해서 1000명으로 했고 그래서 더 늘리라고 하니까 근거를 찾기 시작한 것”이라고 밝혔다.조 전 장관은 넉달 뒤인 2023년 10월 6일 2025년부터 2027년까지는 1년에 1000명씩, 2028년에는 2000명을 늘려 4년간 총 5000명을 증원하는 안을 보고했지만 윤 전 대통령은 “충분히 더 늘려야 한다”며 증원안을 다시 마련할 것을 지시했다.

● 단계적 증원 ‘반대’…尹 뜻대로

이후 상황은 대통령과 대통령실을 중심으로 흘러갔다. 성태윤 전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2023년 12월 12일 ‘2035년 부족 의사 수’가 약 1만6000명이라고 보고하는 조 전 장관에게 ‘2000명 일괄 증원안’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보름 뒤 조 전 장관은 윤 전 대통령에게 ‘900명으로 시작하는 단계적 증원안’과 성 전 정책실장의 의견을 반영한 ‘2000명 일괄 증원안’을 각각 제1안, 제2안으로 보고했다. 그는 2000명 일괄 증원안의 경우 의료계의 반발이 예상되는 만큼 첫해 900명만 증원하는 제1안을 대통령에게 건의했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은 증원 단계마다 갈등을 초래할 것이라는 이유로 단계적 증원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명확히 했고, 2000명 일괄 증원안에 대해 의사단체의 반발을 줄일 수 있는 방안 등을 “더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윤 전 대통령의 의중은 대통령실 비서실장 주재 전략회의에서도 드러났다. 지난해 1월 4일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 주재로 열린 회의에서 조 전 장관은 2025년 1700명만 증원하고, 지역 의대 신설 시기에 맞춰 300명을 추가 증원하는 새로운 안을 제안했다. 그러나 정 전 비서실장은 2000명 일괄 증원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한다.

결국 조 전 장관은 지난해 2월 6일 의대 정원을 3056명에서 5056명을 증원하는 ‘2000명 일괄 증원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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