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파업 가면 다 죽어"…삼성전자 내부서 흘러나오는 '우려'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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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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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노사가 총파업 전 마지막 협상으로 평가되는 사후조정 절차에 들어가는 가운데, 직원들 사이에서 "적정선에서 합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 것으로 파악된다. 성과급 재원과 지급 기준을 둘러싼 노사 간 견해차가 여전하지만,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수십조원대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면서 강경 투쟁보다 실리적 타결을 요구하는 내부 여론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총파업 전 마지막 협상…성과급 재원 놓고 재격돌

1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사는 오는 11일부터 이틀간 사후조정 절차를 진행한다. 사후조정은 노동쟁의 조정 절차가 종료돼 노조가 쟁의권을 확보한 상태에서 노사 양측 동의로 노동위원회가 다시 분쟁 해결을 중재하는 제도다.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는 고용노동부 권유를 받아들여 사후조정에 응하기로 했다. 사측도 "사후조정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사는 지난해 12월부터 약 4개월간 2026년 임금협약 교섭을 진행했지만 성과급 기준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노조는 초기업노조,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삼성전자노조동행 등으로 구성된 공동교섭단을 공동투쟁본부로 전환하고 쟁의권을 확보했다. 이후 전영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과 노조 간 회동으로 교섭이 재개됐지만, 성과급 상한 폐지 등 핵심 쟁점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해 교섭은 다시 중단됐다.

협상의 최대 쟁점은 성과급 재원과 지급 기준이다. 사측은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국내 업계 1위 수준의 성과를 내면 메모리사업부 직원들에게 경쟁사 대비 동등 수준 이상의 지급률을 보장하는 '특별 포상'을 제안했다. 이 경우 성과급 재원으로 영업이익의 10% 이상을 활용하는 것이어서 경쟁사보다 높은 수준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향후에도 올해와 같은 수준의 경영 성과를 달성하면 특별 포상을 지급하겠다는 방안도 제시했다. 여기에 총 6.2%의 임금 인상률, 최대 5억원의 직원 주거 안정 지원 제도, 자녀 출산 경조금 상향, CL별 샐러리캡 상향 등 복지 패키지도 내놨다.

반면 노조는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마련하고 제도 변경을 통해 성과급 상한을 영구적으로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이 300조원 안팎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약 45조원을 성과급으로 지급해달라는 셈이다. 노조가 예고한 총파업 기간은 오는 21일부터 18일간으로, 회사 안팎에서는 총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피해액이 30조원 수준에 이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십조 피해 감 안 온다"…불안 엄습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모습. 사진=뉴스1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모습. 사진=뉴스1

사후조정을 앞두고 삼성전자 내부 분위기 변화도 감지된다. 삼성전자 직원들이 이용하는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노조 지도부가 강경 노선을 고수하기보다 현실적인 선에서 합의해야 한다는 글이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직원들은 파업 현실화에 따른 막대한 손실 우려와 노조 운영 방식에 대한 피로감을 동시에 호소하고 있다.

한 게시자는 "수십조가 얼마인지 당최 감이 안 온다. 파업까지 가면 진짜 리스크가 너무 클 듯"이라며 "성과급 빠지면 안 되는데 제발 협상 잘 되면 좋겠다"고 적었다. 이어 "승호 형(최승호 초기업노조위원장)도 지금까지 잘해 왔는데 너무 고집부리지 말고 어지간히 챙겨 받는 데까지 받고 나와"라며 "지금 왠지 하도 사방에서 뭐라 해서 제정신 아닐 것 같은데, 이런 때 전삼노가 좀 나서줘야 하는 거 아니냐"고 했다.

또 다른 게시자는 '이쯤에서 전삼노가 해결해줘라'라는 제목의 글에서 "파업 이제 진짜 얼마 안 남았네. 막상 파업 강행하려니 예산 손실이 30조 가까이 된다는데 너무 일 크게 벌어지는 거 아닌지"라고 썼다. 이어 "조정 결렬되면 어떤 돌발행동 할지 모르는데, 전삼노가 교섭대표로서 적정선에서 서로 윈윈하는 선에서 잘 마무리하는 것도 방법일 듯"이라고 덧붙였다.

그동안 강경 투쟁의 핵심 동력으로 꼽혀온 DS부문 직원들 사이에서도 합의를 촉구하는 글이 나오고 있다. 한 게시자는 '메모리형이다 초기업이건 전삼노건 합의하고 나와라'라는 제목의 글에서 "회사에는 힘든 사람들이 많다. 누구라도 꼭 합의해라"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반응을 두고 강경 노선을 지지해 온 DS부문 조합원들 사이에서도 파업 리스크에 대한 부담감과 합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보고 있다.

DS서도 실리 타결론…"이번이 마지막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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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 불만은 초기업노조의 교섭 운영 방식으로도 향하고 있다. 앞서 사후조정 안건 선정 과정에서 초기업노조가 전삼노가 제안한 '공통재원' 안건을 일방적으로 배제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DX부문 조합원들 반발이 이어졌다. 블라인드에는 "DX 입장에선 지금 교섭 결렬돼서 사후조정까지 간 마당에 초기업(노조)이 계속 교섭대표를 해야 될 명분이 있나", "교섭권 다시 넘기고 전삼노가 교섭해주면 모두가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등의 글이 올라왔다.

삼성전자 3대 노조인 동행노조가 지난 4일 공동교섭단에서 이탈한 것도 노조 내부 균열을 보여주는 사례로 거론된다. 초기업노조 게시판에는 하루 1000명 이상의 탈퇴 신청이 몰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초기업노조가 과반 노조 지위를 확보한 뒤 교섭 주도권을 쥐었지만, 사후조정 국면에 들어서면서 조합원들 사이에서 '성과를 챙기고 출구를 찾아야 한다'는 여론이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이번 사후조정이 총파업을 막을 사실상 마지막 기회라고 보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노조 지도부가 명분에 매달려 사후조정마저 결렬시킨다면, 그 책임은 고스란히 노조에 돌아갈 것"이라며 "직원들조차 '적정선에서 합의하라'고 요구하는 상황에서 강경 투쟁만 고집하는 것은 노조의 사회적 명분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행위"라고 말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정작 DS 조합원들 사이에서도 '이제 그만하고 합의하자'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노조 지도부가 현장 민심을 외면한 채 강경 노선만 고수한다면 과반 노조 지위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파업 땐 국민경제까지 파장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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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피해는 회사 내부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은 국내 수출과 첨단 제조업 생태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다. 생산 차질이 발생하면 협력사, 고객사, 주주, 국민경제 전반으로 파장이 번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JP모건은 최근 보고서에서 18일간 파업이 이어질 경우 DS부문 매출이 최대 5억9000만달러, 약 8조원 감소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씨티 리서치도 파업 리스크를 이유로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32만원에서 30만원으로 낮췄다.

여론도 노조에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리얼미터가 지난달 27~28일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69.3%는 삼성전자 파업에 대해 "무리한 요구로 부적절하다"고 답했다. 여론조사공정이 지난달 26~27일 실시한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74.3%가 노조의 영업이익 15% 성과급 요구를 "과도한 요구"라고 평가했다.

업계에서는 노조 지도부가 이번 사후조정에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향후 사태의 향방이 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미 직원들조차 '이제 그만 하라'고 외치는 상황에서 노조 지도부가 또다시 명분론에 매몰돼 사후조정마저 결렬시킨다면, 이는 조합원들의 뜻을 외면한 무책임한 행보로 평가될 수밖에 없다"며 "노조 지도부도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책임 있는 자세로 협상에 임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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