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다 죽는다" 공멸 위기…美·中 담판 이틀만에 '빅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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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 “터프한 中 협상가들” >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오른쪽)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12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미·중 관세협상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 美 “터프한 中 협상가들” >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오른쪽)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12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미·중 관세협상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관세전쟁을 벌이며 정면충돌한 미국과 중국이 극적으로 관세 협상을 타결했다. 미국은 중국산 수입품 관세를 145%에서 최소 30%로 낮추고, 중국은 대미 관세를 125%에서 최소 10%로 인하하는 동시에 희토류 수출 제한 등 비관세 보복 조치를 철회하기로 했다. 관세전쟁 피해가 확산하자 미·중 모두 공멸을 막기 위해 실리를 선택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과 중국은 12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이 같은 무역 협상 결과를 담은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과 허리펑 중국 부총리를 대표로 한 양국 협상단이 지난 10, 11일 이틀간 마라톤협상을 벌인 결과다. 미국이 지난달 2일 상호관세를 부과한지 40일 만이다.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중국산 수입품에 부과한 145% 관세는 상호관세 125%와 중국의 펜타닐(합성 마약) 수출 방치에 대한 보복 성격으로 매긴 20%의 ‘펜타닐 관세’로 구성된다. 상호관세는 원래 미국은 중국에 34%를 부과했는데 중국이 보복관세로 맞서자 125%로 올렸다.

미국은 이번에 중국과의 합의에 따라 상호관세 중 10%만 유지하고 24%(34%-10%)는 최소 90일 이상 유예해 125%의 관세를 당분간 10%로 낮추기로 했다. 펜타닐 관세는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부과되며 그대로 유지한다. 이에 따라 미국의 대중 관세는 145%에서 당분간 30%로 낮아진다. 또 이번 협상 결과를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협상을 이어가기로 했다.

중국도 미국산 수입품에 부과한 125%의 상호관세를 10%로 낮추되 24%(34%-10%)는 최소 90일 이상 유예하기로 했다. 미국과 중국은 무역 갈등을 완화하고 양국이 이견을 해소할 시간을 갖기 위해 최소 90일 이상 관세를 잠정적으로 인하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베선트 장관은 협상 종료 후 기자회견에서 “매우 생산적인 대화였다”며 “실질적인 진전이 있었다”고 했다. 허 부총리도 “미국과의 협상에서 중요한 합의를 이뤘다”며 “이번 협상은 양국 간 이견 해소를 위한 중요한 첫걸음”이라고 밝혔다.

美·中 공동성명 발표…90일간 관세율 115%씩 인하
美, 펜타닐 포함해 30%만 남겨…中도 기본관세 10%만 상응조치

< 中 “후속 논의” >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가 11일(현지시간) 기자간담회에서 미국과의 무역 협상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 中 “후속 논의” >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가 11일(현지시간) 기자간담회에서 미국과의 무역 협상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이 12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발표한 협상 결과는 지난 수개월간의 미·중 관세 전쟁이 일단락됐음을 뜻한다. 양국은 ‘무역 단절’ 수준으로 끌어올린 초고율 관세를 낮추기로 했다. 미국은 펜타닐 관세 20%와 기본관세 10%만 남기기로 했고, 중국도 미국의 상호관세에 대한 보복으로 부과한 관세를 10%로 낮추기로 했다. 이 조치는 14일부터 최소 90일 이상 적용된다.

◇이틀 협상으로 “완전한 재설정”

"이러다 다 죽는다" 공멸 위기에…美·中 관세 담판 이틀만에 '빅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0일 SNS에 양국이 “큰 진전을 이뤘다”며 “우호적이고 건설적인 방식으로 완전한 재설정 협상이 진행됐다”고 전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양국이 실제로 ‘빅딜’에 합의할 것이란 기대는 크지 않았다. 중국 측은 이번 회담에 임하는 과정에서도 협상을 가장한 협박에 결코 응하지 않겠다며 공격적인 태도를 보였다.

반면 미국은 조심스러운 접근을 취했다. 6일 스위스 회담 계획을 공개하면서도 중국을 자극하는 표현을 쓰지 않고, 관세라는 말조차 많이 사용하지 않으며 “이번 회담은 무역협상 자체보다 긴장 완화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틀간의 협상에서 양국은 예상보다 빠른 진전을 이뤘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제네바에서 진행된 협상은 지난 10일 10시간, 11일 수시간에 그쳤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11일 “우리가 얼마나 빨리 합의에 이르렀는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것은 아마도 양국 간 차이가 생각한 것처럼 크지 않다는 것을 반영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중국 측도 협상 뒤 만족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중국 측 수석대표를 맡은 허리펑 국무원 부총리는 “양측은 통상·경제협의 메커니즘을 구축하기로 합의했으며 후속 논의가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리청강 중국 상무부 국제무역담판대표는 협상내용 공개 시점을 묻는 말에 “언제 발표해도 세계의 반응은 긍정적일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美 “디커플링 원하지 않아”

이번 협상 내용은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앞서 뉴욕포스트는 미국 측이 50%대 관세율을 예상하고 있다고 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80%가 적절하다고 SNS에 적었다. 최종 대중 관세율이 30%가 된 것은 중국 측에서 처음부터 대단히 전향적인 협상안을 미국에 제시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중국은 희토류 수출 제한 등 일체의 보복조치를 모두 삭제하기로 했다.

미국과 중국이 예상보다 빨리 협상 타결을 이룬 것은 양측 모두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은 관세 전쟁 후 국채값이 폭락(국채 금리 급등)하고 달러 가치가 약세를 보이는 등 시장 혼란이 커졌다. 미국 내에서 인플레이션 우려도 커졌다. 중국도 미국 못지않게 상황이 심각했다. 가뜩이나 경기 침체 우려가 큰 상황에서 관세 전쟁으로 수출 기업이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지난달 중국의 제조업황은 2023년 12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악화했다. 버트 호프만 싱가포르국립대 동아시아연구소 교수는 BBC방송에서 “중국은 협상이 없는 것보다는 협상이 있는 것이 낫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며 “실용적인 관점을 취하고 협상을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시진핑 만날까

양국은 이번 합의를 바탕으로 보다 영구적인 무역협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펜타닐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한 협력 기구가 구성될 가능성도 있다. 앞으로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이 같은 관세협상 결과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트럼프 대통령 간 관계에 미칠 영향이다. 양국 간 경제 문제가 실질적으로 해빙기에 들어선다면 시 주석으로선 트럼프 대통령이 바라는 대로 전화통화나 면담에 응할 여지가 있다.

베선트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더욱 균형 잡힌 무역을 원하며, 양측 모두 이를 이루는 데 헌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어느 쪽도 ‘디커플링’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높은 관세율을 전제로 경기 둔화와 물가 상승을 예고한 미국 중앙은행(Fed)의 통화정책은 더욱 완화적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

베이징=김은정/워싱턴=이상은 특파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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