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한의 메디컬리포트]지역별 10년 이상 차이 나는 건강수명 불평등, 해결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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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한 의학전문기자

이진한 의학전문기자
2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20여 개 보건의료단체는 2050년까지 건강수명을 80세로 끌어올리자는 ‘건강수명 5080’ 비전 선포식을 연다. 5월 2일은 건강장수의 날(오복데이)로 제정됐다. 행사에는 정부와 국회, 의료계, 시민단체 등이 참석한다. 의정 갈등이 1년 넘게 이어지며 골이 깊어지고 국민 건강은 점차 뒷전으로 방치한 상황이었는데 모두 함께 힘을 모아 건강수명을 늘리자고 목소리를 내 눈길이 간다.

한국건강개발증진원이 2023년 공개한 건강수명 통계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한국인 건강수명은 70.51세다. 2021년 기대수명이 83.60세라 죽기 전 13년 넘게 병원이나 요양원에서 ‘골골’거리며 살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건강수명을 지역별로 자세히 살펴보면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지역별 건강수명 격차가 무려 10년 가까이 된다.

지역별 건강 불평등은 얼마나 심각할까. 건강수명이 가장 짧은 지역은 부산 영도구로 64.68세. 가장 긴 경기 과천시(74.22세)와 비교할 때 격차가 9.54세다. 과천시 다음으로 건강수명이 긴 지역은 경기 성남시 분당구(74.18세), 경기 용인시 수지구(74.08세), 서울 서초구(73.66세), 서울 강남구(73.65세) 등이었다.

건강수명이 짧은 지역은 부산 영도구에 이어 부산 중구(64.99세), 강원 양구군(65.74세), 전북 임실군(65.98세), 인천 동구(66.76세), 부산 서구(66.81세), 전남 보성군(66.98세) 등의 순이었다. 대도시인 부산, 인천 등이 눈에 띈다.

지역별로 건강수명 격차가 발생하는 것은 건강 불평등의 대표적인 사례다. 소득 상위 20% 대비 하위 20%에서 건강수명 격차도 크다. 소득 하위 20%의 건강수명은 65.2세이지만 소득 상위 20%는 73.4세에 달한다. 건강 형평성 문제를 넘어 빈곤의 대물림과 의료 사각지대가 심화될 수 있다.

건강수명에 소득이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졌지만 부산의 사례를 살피면 꼭 그렇지도 않다. 환경과 생활습관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과천시 보건소 관계자는 “과천시민은 2024년 기준 성인 흡연율이 9%로 전국 평균 22.6%에 비해 훨씬 낮았다”며 “유산소운동과 근력운동 등 노인의 권장 신체활동 수행률도 38.7%로 경기도 평균 30.63%에 비해 높다”고 말했다. 권장 신체활동은 매주 150분 이상 숨이 찰 정도로 유산소운동을 하고 매주 2회 이상 근력운동을 하는 정도다.

다음 달 새 정부가 출범하면 건강수명을 늘리고 지역 격차를 줄이는 게 가장 중요한 의료정책이 될 수밖에 없다. 한국은 지난해 12월 인구 20% 이상이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인구 비중이 가장 큰 1960, 70년대생들이 본격적으로 노인 연령대에 진입하고 있다. 특히 70년대생이 앞으로 얼마나 더 건강하게 살 수 있을지는 개인의 삶뿐만 아니라 국가의 지속 가능성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하지만 생애 마지막 15년을 만성질환, 장애, 돌봄 의존으로 보내는 게 현실이다. 노년기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가족의 돌봄 부담을 가중시킨다. 결국 요양서비스 수요가 폭증해 정부 복지 재정에도 큰 부담을 줄 우려가 있다.

의정 갈등도 결국 급증하는 노인 인구와 의료비 상승 문제에서 출발했다. 임지준 건강수명5080국민추진위원회 위원장(따뜻한치과병원 대표원장)은 “현재 의료 시스템은 주로 치료하고, 치료한 뒤 관리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며 “병원과 복지시설 중심 연명 장수가 아니라 지역과 가정에서 자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건강한 장수로 바뀌어야 한다. 의료와 요양 중심 정책에서 예방과 돌봄 중심의 실천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2일 건강수명의 날을 맞아 한국이 건강수명 선진국으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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