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시대, 인문학 교육으로 ‘사유의 즐거움’ 가르쳐야[기고/박소정]

2 days ago 4

박소정 성균관대 유학동양한국철학과 교수(한국철학문화연구소장) 7월 27∼31일 대전에서는 세계 디지털 인문학 연합체(ADHO)의 연례 학술대회가 열렸다. 한국디지털인문학협의회(KADH)가 주최한 이번 대회의 화두는 ‘관계 맺기(engagement)’였다. 이는 디지털 인문학의 관심이 컴퓨터 활용과 디지털 환경 연구를 넘어 인공지능(AI)과 어떤 관계를 맺을 것인가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디지털 인문학 교육과 훈련 세션의 토론이 특히 인상 깊었다. 학생들을 디지털 인문학자로 길러야 할 것인가, 취업 시장에 필요한 기술을 가르쳐야 할 것인가에서 시작된 토론은 점차 기술과 인문학을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로 나아갔다. AI 사용이 보편화된 지금, 인문학 후속 세대의 문제는 AI가 알려주는 지식과 정보 ‘너머의 해석’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이다. 더 근본적으로는 편리한 도구 덕분에 고통스러웠던 사유의 과정을 건너뛰는 학생들에게 어떻게 ‘사유의 즐거움’을 가르칠 것인가이다. 결국 AI 시대 인문학 교육은 더 많은 답을 제공하는 일이 아니라, 답을 의심하고 해석하며 자기 질문으로 바꾸는 힘을 기르는 일이어야 한다. 2023년 1학기에 학생들에게 생성형 AI에 질문을 던지고 그 답에 대한 자기 생각을 적어 오라는 과제를 내줬다. 당시 AI는 한국 철학 자료에 취약해 천편일률적인 대답과 환각이 적지 않았다. 학생들은 이 과제를 통해 AI가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을 확인하고, 자신의 이해와 사유를 AI에게 맡겨서는 안 된다는 것을 스스로 배우게 됐다. 3년이 지난 지금 학생들은 훨씬 더 능숙하게 AI를 쓰지만 울퉁불퉁해도 자기 생각이 있는 글과 매끄럽지만 자기 생각이 없는 글의 차이는 여전히 선명하다. 그래서 교수로서 학생에게 AI 사용 자체를 문제 삼기보다 자기 생각을 점검하고 보완하는 데 AI를 활용하되 그 판단까지 맡기지는 않도록 가르치려 한다. 디지털 인문학 연구 역시 자동화된 지름길이 아니다. 많은 노동과 시행착오를 요구한다. 그럼에도 디지털 방법론을 사용하는 것은 인문학에 ‘실험’이라는 새로운 인식 방식을 더하기 때문이다. 기존의 통찰을 수치화하고 시각화해 점검할 뿐 아니라 데이터에서 예상치 못한 패턴을 발견하고 기존의 틀에서는 보이지 않던 문제를 찾아 새로운 탐구로 나아갈 수 있다. 그렇다면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가. AI 시대의 인문학 교육은 기술을 능숙하게 쓰는 사람을 만드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