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시대의 빈칸…기술·자본·지식이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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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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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공헌의 무게중심이 바뀌고 있다. 단순 기부나 일회성 봉사를 넘어 기술과 데이터, 금융, 교육을 활용해 사회의 빈틈을 메우는 방식으로 진화했다. 정보 접근이 어려운 장애인에게는 디지털 도서관과 맞춤형 교육을,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는 비용 절감과 인공지능(AI) 전환 지원을, 농촌과 지역사회에는 청년의 재능과 전문성을 연결하는 식이다. 각 기업과 기관은 본업의 역량을 사회문제 해결에 접목하며 지속 가능한 상생 모델을 만들고 있다는 평가다.

◇본업으로 푸는 사회공헌

LG그룹의 사회공헌은 정보 접근성 확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LG상남도서관은 올해 개관 30주년을 맞았다. 1996년 문을 연 국내 최초 디지털 도서관으로, 고(故) 상남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이 사저를 사회에 기증하며 남긴 공익 철학이 출발점이 됐다.

대표 사업은 2006년 시작한 ‘책 읽어주는 도서관’이다. 시각장애인이 도서관을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휴대폰이나 PC로 음성 도서를 들을 수 있도록 한 서비스다. 지금까지 제작된 오디오북 콘텐츠는 약 3만 건, 연평균 이용 건수는 14만 건을 넘는다. 최근에는 시각장애 청소년을 위한 ‘토요 점보 교실’과 시청각장애인 점자강사 양성과정으로 지원 대상을 넓혔다.

기업은행은 중소기업 특화 국책은행이라는 정체성을 사회공헌 활동과 연결하고 있다. 올해부터 기업인터넷뱅킹과 모바일뱅킹 앱 아이원뱅크를 통한 비대면 타행이체수수료를 전면 면제했다. 개인사업자와 법인 등 모든 기업 고객이 대상이다. 기업 규모나 거래 실적은 따지지 않는다. 영세 사업자와 창업 초기 기업도 같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기업은행은 이번 조치로 약 208만 개 거래기업의 수수료 부담이 867억원가량 줄어든 것으로 추산했다.

AI 전환 지원도 병행하고 있다. 중소상공인희망재단에 1억원을 전달해 ‘중소상공인 AI 전환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거래 중소기업 경영진과 중간관리자를 대상으로 AI·경영 혁신캠프도 열고 있다. 생성형 AI를 활용한 마케팅, 콘텐츠 제작, 데이터 분석 등 실무 교육을 제공하고, 교육 이후에는 맞춤형 컨설팅으로 현장 적용을 돕는 방식이다.

전국퇴직금융인협회는 퇴직 금융인의 경험을 금융 취약계층 교육으로 연결하고 있다. 협회는 경기 고양시 홀트학교에서 열린 ‘2026학년도 명랑운동회’에 참여해 장애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자원봉사와 금융교육을 진행했다. 임직원과 금융강사 25명이 학생들과 함께 운동회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부모를 동반하지 않은 학생과 짝을 이뤄 경기에 참여하고 안전 관리를 도왔다.

협회는 금융산업공익재단이 지원하는 ‘금융 취약계층 금융교육 및 1 대 1 맞춤형 상담 사업’의 일환으로 체험형 금융교육도 운영했다. 퀴즈와 놀이를 접목해 장애 어린이와 학부모가 금융 개념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장으로 가는 상생

농협중앙회는 농촌 소멸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청년의 재능을 농촌 현장과 연결하고 있다. 지난 12일 경기 안성시 농협안성팜랜드에서 전국 대학생 봉사단과 농협 관계자 등 6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농심천심 국민참여단’ 발대식을 열었다. ‘농부의 마음이 곧 하늘의 뜻’이라는 의미를 담은 농심천심 운동은 농업·농촌의 공익적 가치를 알리고 지속 가능한 농촌 활력을 조성하기 위한 범국민 실천 운동이다.

국민참여단은 단순 일손 돕기를 넘어 전공과 특기를 농촌 현장에 연결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발대식 이후 소방학과 학생들은 노후 가구의 화재감지기를 점검·교체했다. 다른 학생들은 육묘장과 과수원 등 일손이 필요한 현장에 투입됐다. 농협은 올해 참여 대학과 협약을 확대하고 분야별 재능 매칭 체계를 정비할 계획이다.

국가데이터처는 데이터 기반 정책 설계를 통해 사회공헌의 기반을 넓히고 있다. 다음달 1일부터 실시하는 ‘2025년 기준 경제총조사’에는 AI 활용, 로봇 활용, 무인매장 운영, 스마트공장·스마트농장 운영, 외국인 종사자 등 6개 항목이 새롭게 포함됐다. 산업 현장의 디지털 전환 수준과 인력 변화를 정밀하게 파악해 업종별·지역별 맞춤형 정책을 마련하기 위한 취지다. 국가데이터처는 경제총조사를 통해 정책과 현장 사이의 간극을 줄이고, 소상공인·중소기업 지원이 필요한 곳에 정확히 닿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덕성여자대학교는 전통과 AI 혁신을 결합한 미래교육을 내세우고 있다. 독립운동가이자 여성교육자인 차미리사 선생의 창학정신을 바탕으로 성장해 온 덕성여대는 최근 ‘사람 중심 AI 대학’으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핵심은 학생이 선택한 전공에 AI 역량을 결합하는 ‘X+AI’ 교육혁신이다. AI를 전공을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라 전공의 가능성을 넓히는 도구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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