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려드는 관광객, 무너진 마을 일상
일본 연 4000만명 넘는 유입에 몸살
벚꽃이 만발한 봄날 아침, 일본 후지요시다시의 아라쿠라야마 센겐 공원. 시민단체 리더인 호리우치 준이치(54) 씨가 일행과 함께 지정된 경로를 벗어난 관광객들에게 정중한 경고를 건네며 순찰에 나섰다.
지난해 후지산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려는 관광객 무리를 피하려다 자전거에서 넘어져 뼈가 30군데나 부러졌던 그에게 이는 단순한 봉사가 아닌 생사가 걸린 중요한 임무다.
뉴욕타임스는 26일(현지시간) 인구 약 4만 6000명의 한적한 소도시였던 후지요시다시는 현재 일본이 겪고 있는 ‘오버투어리즘(과잉 관광)’ 문제의 최전선에 서 있다고 보도했다.
엔저 현상 등의 영향으로 2025년 기준 일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4200만 명으로 10년 전보다 두 배로 급증했다. 과거 쇠퇴하는 섬유 산업을 대신할 지역 경제의 활력소로 관광객을 반겼던 이곳의 분위기는 완전히 뒤바뀌었다.
관광객들이 남의 정원을 화장실로 쓰거나, 무단 침입을 하고, 교통을 마비시키며 쓰레기를 무단 투기하는 등 주민들의 일상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시 당국은 올해 극단적인 조치를 취했다. “시민들의 평화로운 삶이 위협받고 있다”며 10년 전부터 이어온 지역 대표 행사인 벚꽃 축제를 전격 취소한 것이다. 또한 과잉 관광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며 언론의 풍경 촬영마저 금지했다.
호리우치 시게루 시장은 “주민들의 인내심이 한계에 달했다”면서 “이번 결정이 벚꽃 구경 자체를 막으려는 것이 아니라 지나치게 혼잡한 지역의 관광객을 다른 곳으로 분산시키기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축제 취소에도 불구하고 소셜 미디어(SNS)에서 본 완벽한 사진을 남기려는 수만 명의 발길은 계속되고 있다. 미국에서 온 한 관광객은 “SNS에서 본 아름다운 사진을 내 눈으로 직접 담지 못한다면 여행의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일본의 예절을 존중하려 노력하는 관광객들도 있지만, 쏟아지는 인파 자체가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다.
지역 주민들의 고충은 날로 커지고 있다. 조용한 환경을 찾아 2000년에 이곳으로 이사 왔던 마에다 코지 씨는 매일 수천 명이 집 앞을 지나다니고 마당을 가로지르는 탓에 “이사를 가고 싶을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지역 상인들 역시 관광객들이 멋진 배경으로 사진만 찍고 금세 떠나버려 경제적 이익은 크지 않다며, 이들이 현지 규칙을 이해하고 지역에 더 머물게 할 제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물론 긍정적인 방향을 모색하는 이들도 있다. 인근 사찰의 와타나베 에이도 주지 스님은 낯선 환경에 온 외국인들에게 친절한 안내와 관용을 베푸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공원 순찰을 이끄는 호리우치 씨 역시 관광객들에게 이곳이 단순한 사진 명소가 아닌 신성한 공간임을 알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방식뿐만 아니라 현지인들의 문화와 규칙에 적응해야 한다”며, “이곳이 손자 세대까지 오랫동안 깨끗하게 보존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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