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제 숲속 걸음마다 피톤치드가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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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군

원대리 자작나무숲. 인제군 제공

원대리 자작나무숲. 인제군 제공
여름 휴가철이 되면 누구나 약속이라도 한 듯 ‘바다’나 ‘계곡’을 떠올린다. 그러나 올여름에는 매번 반복되는 여름 여행 공식에서 벗어나 보는 건 어떨까. 대부분의 피서객이 뜨거운 태양 아래 바닷가로 향할 때, 온통 초록빛으로 가득 찬 깊고 시원한 숲으로 떠나는 반전 매력의 여행을 원한다면 그 해답은 바로 인제다. 세포 하나하나까지 깨우는 활기찬 인제로 ‘숲캉스’를 떠나자. 올여름 당신의 심장을 뛰게 할 인제의 숨은 보석 같은 숲 두 곳을 소개한다.

여름에 만나는 설국(雪國) ‘원대리 자작나무숲’

인제 하면 먼저 떠오르는 곳 중의 하나가 ‘원대리 속삭이는 자작나무숲’이다. 흔히 이곳을 하얀 눈이 소복이 쌓인 겨울에만 아름다운 곳이라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여름의 자작나무숲은 그야말로 ‘생명력의 절정’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숲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피톤치드 가득한 공기를 한 모금 깊게 마시는 순간 도시에서 쌓인 스트레스는 눈 녹듯 사라진다. 순백의 자작나무 수십만 그루가 하늘을 향해 시원하게 뻗어 있고 그 위로 흐드러진 초록색 잎사귀들이 바람에 부딪히며 ‘사각사각’ 청량한 노랫소리를 들려준다.

여름 햇살이 나뭇잎 사이로 부서져 내리는 숲길을 따라 걷다 보면 에어컨 바람과는 차원이 다른 산들바람이 온몸을 감싼다. 마치 동화 속 비밀의 정원에 들어온 듯한 몽환적인 풍경 속에서 인생 사진을 남기기 위해 셔터를 누르는 손길도 바빠진다. 자연이 만든 천연 산소방에서 온몸의 세포를 깨우는 액티브한 힐링을 경험할 수 있는 곳, 바로 여름의 원대리 자작나무숲이다.

대암산 용늪.

대암산 용늪.

신선이 머무는 하늘 위 초록 양단 ‘대암산 용늪’

자작나무숲에서 맑은 기운을 채웠다면 이번에는 대한민국 람사르 습지 1호이자 아무나 발을 들일 수 없어 더욱 신비로운 ‘대암산 용늪’으로 탐험을 떠날 차례다.‘하늘 위 올라간 용이 쉬었다 가는 늪’이라는 멋진 이름을 가진 용늪은 해발 1280m 고지에 있는 국내 유일의 고층습원이다. 수천 년의 세월 동안 썩지 않고 쌓인 식물 잔해가 그대로 보존돼 있어 ‘살아 있는 자연사 박물관’으로도 불린다. 이곳의 여름은 그야말로 신비로움 그 자체다. 짙은 안개가 순식간에 늪을 감쌌다 걷히기를 반복하며 마치 판타지 영화 속 한 장면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탐방로를 따라 걸으며 전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닻꽃, 비오용담 등 희귀 식물들을 만나는 재미는 흡사 보물찾기하는 것처럼 호기심을 자극한다.

하루 지정된 인원만 예약을 통해 출입할 수 있어 발걸음 하나하나가 더욱 특별하고 소중하다. 남들은 평생 한 번 가보기 힘든 대한민국의 숨겨진 비경을 올여름 나의 발자국으로 채워보는 짜릿한 성취감을 느껴보자.

여름휴가는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에 강력한 에너지를 불어넣는 시간으로 활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힐 때쯤 숲길 사이로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 발바닥을 타고 전해지는 푹신한 흙의 촉감, 귀를 맑게 깨우는 새소리와 물소리. 이 모든 것이 인제의 숲에 준비돼 있다. 원대리 자작나무숲의 은빛 줄기 사이를 달리고, 대암산 용늪의 신비로운 안개를 헤치며 보낸 이번 여름은 가장 완벽하고 활기찬 휴가로 기억될 수 있다.

김태영 기자 liv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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