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처, 중복 지원 끊자…“지들끼리 짜고 나를 함정에” 망상
25일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실이 받은 인천 송도 사제총기 공소장을 보면 살인과 살인미수 등 혐의를 받는 조 씨는 전처와 아들로부터 2021년 8월부터 2023년 9월까지 약 2년간 매달 320만 원씩 총 640만 원의 생활비를 중복으로 받았다. 조 씨는 일정한 직업 없이 이들이 주는 돈으로 생활해왔다. 하지만 아들도 생활비를 주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전처가 2023년 11월부터 중복 지급된 기간만큼 생활비를 보내지 않자 망상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 전처가 계속해서 경제적 지원을 할 것처럼 자신을 속인 뒤 60대가 된 이후 경제적 지원을 끊어 아무런 대비도 못 하게 만들었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것이다.
조 씨는 전처와 아들이 아버지 역할만 하도록 하고 실제로는 자신을 홀로 살게 하면서 고립시켰다고 하기도 했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지(자기)들끼리 짜고 나를 셋업 한 거지(함정에 빠뜨린 거지)”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조 씨는 전처가 사랑하는 아들과 그 가족을 살해하겠다는 마음을 먹게 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던 중 유튜브를 통해 사제총기 관련 영상을 시청하게 됐고, 20여 년 전 구입한 산탄 180여 발이 창고에 보관돼 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또 장기간 운전대를 잡지 않았던 조 씨는 범행을 위해 차량이 필요하자 운전 연습까지 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조 씨는 사건 당일인 지난 7월 20일 아들의 집에서 열린 자신의 생일파티 도중 ‘편의점에 다녀오겠다’며 잠시 자리를 비운 뒤 공영주차장에 주차된 차량에서 격발장치 2정, 총열 4정, 산탄 실탄 약 15발을 챙겼다. 이후 현관 앞에서 실탄을 장전하고 초인종을 누른 뒤 문을 열어준 아들에게 사제총기를 발사했다. 아들이 ‘살려달라’고 애원했음에도 그 자리에서 사제총기를 추가로 격발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자신이 거주하는 자택에 인화성 물질 15개와 점화장치를 설치해 전처와 아들의 소유물 등을 불태워 없애려고 했던 것으로 파악됐다.조혜선 기자 hs87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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