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들이 성과급 달래요"...10억 소송에 '패닉'[곽용희의 인사노무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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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공사 채용형 인턴 출신 400여명 소송
근로기간 비례해 성과급 지급
"인턴은 교육·실습생" 근로기간 인정 안해
10년지나 "기간제 근로자 차별" 집단 소송
재판부 "정규직과 유사 업무해" 근로자 손
전문가들 "인턴에게 일 떠넘긴 공사에 부메랑"

"인턴들이 성과급 달래요"...10억 소송에 '패닉'[곽용희의 인사노무노트]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채용형 인턴에게도 '성과급'을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인턴이어도 정규직 근로자와 동일한 업무를 수행했다면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채용형 인턴들에게 교육은커녕 과장급에 해당하는 중요 업무를 떠넘긴 회사의 허술한 인사관리가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는 평가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구지방법원은 김천지원은 최근 한국도로공사 전현직 근로자 425명이 회사를 상대로 청구한 '차별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이같이 판단하고 근로자 측의 손을 들어줬다.

○정규직 된 인턴 출신들..."그때 성과급 안 준 건 기간제법 위반" 소송

도로공사는 2009년부터 기획재정부 공공기관 청년인턴제 운영계획에 따라 일반직원 채용형 인턴제를 도입했다. 이에 따라 2011년과 2018년 공사에 ‘채용형 인턴’으로 입사한 근로자 A씨 등은 시간이 꽤 지난 2022년 돌연 "성과급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걸었다.

공사는 사내 규정에 따라 매년 전년도 '근무기간'에 비례해 성과급을 지급했다. 다만 '채용형 인턴' 근무 기간은 제외했다. 이에 따라 A씨 등은 기본급의 50%에 달하는 설날 성과급과 가정의달 성과급, 190%에 달하는 하계휴가철 성과급을 받지 못했다. 2012년 지급된 성과급 480% 중 290%를 받지 못한 것.

이에 A씨 등은 "정규직 근로자들과 비교해 차별적 처우를 당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기간제법은 “사용자는 사업장에서 기간제 근로자를 동종·유사 업무에 종사하는 정규직 근로자에 비해 차별적 처우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A씨 등은 이미 정규직으로 전환됐지만 과거 자신이 인턴시절 받지 못한 금액을 달라며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이들이 청구한 금액은 10억5000만원에 달했다.

○채용형 인턴에게 예산·계약관리 맡겨

법정에서 회사는 "(차별당했다고 비교를 할 만한)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맞받아쳤다.

회사는 "채용형 인턴기간 동안 각종 교육 및 실습 기회 등을 받는 등 정규직 근로자들이 수행한 업무와 상이한 업무를 수행했다"며 "채용형 인턴기간 동안 수행한 업무는 공사의 성과·실적과 무관해 상여 수당 지급 기준에 근거해 업적평가를 받는 대상자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정규직 근로자와 동일한 채용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근로자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채용형 인턴에 대한 비교 대상 근로자는 일반직·실무직 정규직 근로자"라며 동종유사 업무 근로자가 있다고 봤다.

그 근거로 채용형 인턴이 인턴 기간을 마치면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정규직 근로자로 전환되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2011년 공고에선 '수습 기간 종료 후 특별한 결격사유 없을 경우 정규직 임용'이라고 안내돼 있었고, 2018년 채용공고에는 그런 문구는 없었으나 채용형 인턴 256명 중 의원면직한 22명을 제외한 234명 전원이 정규직으로 전환됐다"고 판시했다.

인턴에게 교육 대신 중역을 맡긴 것도 근로자가 승소한 이유가 됐다. 특히 인턴직원 중 일부는 경리과장 지위에서 예산, 회계, 세무 및 자금관리 등의 업무 등을 도맡아 했다. 전문 공사감독, 품질감독 업무, 공사 및 구매계약 관리 업무 등 핵심 업무를 맡은 인턴들도 여럿 있었다. 이를 근거로 재판부는 "단순히 정규직 근로자의 업무를 보조한 것으로 보기 어렵고, 실제 수행한 업무의 내용, 범위가 피고의 정규직 근로자가 수행하는 업무와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고는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근로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한 노사관계 전문가는 "교육과 실습 대상인 인턴에게 일반 근로자처럼 정규 업무를 떠넘긴 허술한 도로공사의 인사관리가 부메랑이 돼 돌아온 셈"이라며 "사기업에도 적용될 수 있는 판결인 만큼, 현재 운용 중인 인턴제도에 대해 점검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퇴직금 산정 기간을 두고도 비슷한 법적 쟁점이 불거질 수 있는 만큼 인사 관리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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