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원룸과 달랐다'…'여고생 살해' 장윤기 방 내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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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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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을 목적으로 납치를 시도하다 일면식도 없던 고등학생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장윤기(23)씨의 자취방 내부가 또래 청년들의 방과는 사뭇 달랐던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 텅 빈 원룸, 그리고 훼손된 리얼돌 하나

4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사건 당일 장씨를 긴급체포한 경찰이 확인한 원룸 내부는 '휑하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살림살이가 거의 없는 상태였다. 20대 초반 청년의 자취방이라면 흔히 있을 법한 노트북이나 태블릿PC 같은 전자기기는 단 한 대도 발견되지 않았다. 방 안에 남아 있던 물건은 목과 가슴 부위가 훼손된 성인용 리얼돌 하나뿐이었다.

경찰은 이 리얼돌에 대한 정밀 감식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하는 한편, 장씨를 상대로 범행의 진짜 목적과 모방범죄 가능성 등을 캐물었다. 그러나 장씨는 "우발적 범죄"라는 주장만 되풀이하거나 묵비권을 행사하며 입을 다물었다. 장씨가 16세 피해자를 미행하다 살해한 뒤 도주할 때 몰았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서도 피해자의 혈흔 외에는 별다른 단서가 나오지 않았다.

◇ 경찰관 아버지, 사흘 만에 증거물 폐기

수사에 별다른 진전이 없던 상황에서, 경찰은 원룸과 차량을 그대로 보존하지 않은 채 후속 수사를 이어갔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나중에 논란이 될 사건이 하나 더 벌어졌다.

범행 발생 사흘 뒤인 지난 5월 8일, 현직 경찰관인 장씨의 아버지(장모 경감)는 원룸 주인의 연락을 받고 아들의 방을 정리하러 갔다. 장씨는 평소 가족과 떨어져 살며 자신의 주소나 원룸 출입 비밀번호를 부모에게 알려준 적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아버지가 방에 들어갈 수 있었던 것은 담당 수사관이 직접 주소와 비밀번호를 알려줬기 때문이다.

이렇게 원룸에 들어간 아버지는 압수수색 당시 수거되지 않고 남아 있던 리얼돌을 여러 조각으로 분해해 폐기하고, 아들이 쓰던 휴대전화도 함께 없앴다. 공교롭게도 리얼돌이 폐기된 바로 그날, 경찰은 수사관 입회 하에 장씨와 아버지 간 휴대전화 통화도 연결해줬다. 장씨가 범행 후 사용하던 스마트폰을 강물에 버렸다고 진술하면서도 정확한 위치는 밝히지 않자, 가족을 통해 이를 설득해보려 한 통상적인 수사 기법이었다는 게 경찰 측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리얼돌 폐기에 대해 "당시에는 장윤기의 진짜 범행 목적을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었다"며 "리얼돌은 이미 DNA 채취와 감식, 훼손 상태를 기록한 영상 촬영까지 마친 상태였기 때문에 압수물 확보 목적은 이미 달성했다고 판단해 실물을 추가로 보관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또 주거지 정리 역시 압수수색이 끝나 별도 보존 필요성이 없다고 보고 밟은 통상적인 '인계' 절차였다는 입장이다.

◇ 감식 보고서까지 6주 늦게 전달…감찰 착수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리얼돌에 대한 국과수 감식 결과가 나온 뒤, 이 보고서가 검찰에 전달되기까지 무려 6주가 걸린 사실도 뒤늦게 드러났다. 경찰은 이를 두고 "과학수사 및 형사사법정보시스템 간 자료 전송 과정에서 발생한 실무자의 행정적 과실"이라고 해명했지만, 결국 언론 취재가 시작되고 나서야 검찰에 넘어간 것으로 알려지며 신뢰를 잃었다.
여기에 더해 담당 수사팀 중 1명이 과거 장씨 아버지와 같은 근무지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고, 수사 기간 중 개인적으로 여러 차례 통화를 주고받은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유착 의혹도 제기됐다.
결국 경찰청은 리얼돌 감식 보고서 송치 누락, 주거지 인계 과정, 가족 간 통화 연결 등 수사 과정 전반의 적절성을 살피기 위해 광주 광산경찰서를 대상으로 직접 감찰에 착수했다. 다만 아버지의 증거 폐기 행위 자체는 형법상 '친족은 증거인멸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특례 규정에 따라 형사입건 대상에서는 제외됐다.

◇ 혐의는 '일반 살인'에서 '강간 등 살인'으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한편 경찰은 애초 장씨에게 일반 살인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넘겼지만, 검찰은 훼손된 리얼돌 상태 등을 근거로 성범죄 목적이 있었다고 판단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강간 등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실물이 이미 폐기된 리얼돌 대신, 감식 보고서와 훼손 상태를 촬영한 영상·사진이 현재 재판에 증거로 제출된 상태다.

장씨는 지난달 22일 열린 첫 공판에서 살해 사실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애초에 성폭행을 목적으로 범행을 계획했는지 여부만 법정에서 다투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다음 재판은 오는 13일 속행될 예정이다.

한편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 출연한 박지선 범죄심리학자는 이번 범행의 배경에 대해 원래 노리던 대상을 찾지 못하자, 이를 대체할 다른 표적을 물색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분석했다. 원래 쫓던 대상을 끝까지 추적해 해치는 것이 궁극적 목적이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박 교수는 "장윤기 같은 경우 만약 무기징역 이상이 나오지 않는다면, 심지어 20년, 30년 형을 살게 되더라도 출소하면 40~50대 중반밖에 되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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