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이 내년에도 국채 매입 감축 정책을 이어갈 방침이다. 금융 정상화의 길을 계속 걷겠다는 의미다.
8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은행은 2025회계연도(2025년4월~2026년3월) 이후에도 국채 매입을 줄이기로 했다. 내년 3월까지였던 감축 계획을 연장하는 것이다. 오는 16~17일 열리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결정할 예정이다.
일본은행의 국채 보유 비율은 작년 말 기준 시장 전체의 52%로 과반을 차지한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지난 3일 한 강연에서 “시장 참가자로부터 2026년 4월 이후에도 (국채) 매입을 줄여 가는 것이 적절하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일본은행은 2001년 양적완화(QE)를 도입하며 국채 매입에 의한 금융완화를 실시했다. 시장에서 국채를 사들여 돈을 풀고, 채권 가격 상승을 통해 국채 이율을 낮게 억제함으로써 금융완화 효과를 내는 방식이다.
2013년 4월부터 시작한 ‘이차원 완화’에서는 자금 공급을 2년 만에 두 배로 늘리기로 하고 대량의 국채를 매입했다. 2016년 9월에는 ‘장단기 금리 조작(YCC)’을 도입해 장기 금리를 억제했다. 일본은행의 국채 보유액은 급증해 시가 기준 2013년 3월 말 93조엔에서 2023년 말 581조엔에 이르렀다.
일본은행은 지난해 3월 YCC를 해제하며 국채 매입을 금융정책 수단에서 제외했다. 같은 해 6월에는 매입 감축을 결정하고 8월부터 개시했다. 분기마다 4000억엔씩 줄이며 사실상 양적긴축(QT) 국면에 접어들었다. 지난해 7월 5조7000억엔이었던 매입액은 내년 1월엔 2조9000억엔으로 줄어든다.
일본은행은 이번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2027년 3월까지 감축 계획을 세울 것으로 전망된다. 국채 매입을 계속 줄여 금리가 시장에서 보다 자유롭게 형성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다만 감액폭(4000억엔)은 최대 절반(2000억엔)까지 줄이는 방안이 거론된다. 니혼게이자이는 “감액폭 축소 방안이 부각되는 것은 금리 급등 같은 시장 혼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배려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전했다.
도쿄=김일규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