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형의 EU를 향한 시선] 흔들리는 대서양 통상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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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4.18 17:26 수정2025.04.18 17:26 지면A21

유럽과 미국은 오랜 기간 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정치 경제 안보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긴밀한 유대관계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2기 집권 이후 한층 강화된 미국의 통상정책은 양측 간 갈등을 심화하며 상호 인식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맞고 때리고' 美·EU 기싸움

[임태형의 EU를 향한 시선] 흔들리는 대서양 통상관계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연합(EU)이 미국을 망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등의 강경한 발언을 이어가며 EU와의 무역에 불만을 표출해 왔다. 작년 EU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는 1982억유로를 기록해 전년 대비 26.6% 증가했다. 미국은 EU 전체 수출의 약 20%를 차지하는 최대 수출 대상국으로, EU 집행위원회는 미국의 관세 부과로 대미 수출의 약 70%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이 상호관세 부과를 90일간 유예하면서 EU도 4월 15일자로 예정돼 있던 보복관세 조치를 보류하고 협상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그간 EU는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구매 확대 의사를 밝혔으며, 자동차를 포함한 모든 공산품에 무관세 적용을 제안하기도 했지만 미국은 아직 만족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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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의 협상에서 EU는 서비스 시장을 협상 지렛대로 강조해 왔다. 이는 EU가 상품 교역에서는 미국에 대해 흑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서비스 부문에서는 큰 폭의 적자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2023년 기준 EU의 대미 서비스수지 적자 규모는 1086억유로에 달한다. EU는 금융, 정보통신기술(ICT), 컨설팅, 운송 등 다양한 서비스를 미국에서 수입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미국 기업은 EU 시장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미국 빅테크 규제도 쟁점 가운데 하나다. EU는 구글, 애플 등 미국 주요 빅테크를 대상으로 하는 디지털시장법(DMA)과 디지털서비스법(DSA)을 제정하고, 이를 통해 미국 디지털 기업의 시장 지배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EU는 구글이 디지털시장법을 위반했다는 예비 조사 결과를 발표했으며, 애플과 메타에 대해서도 조만간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EU는 미국 빅테크에 대한 조사와 과징금 부과가 관세 이슈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지만 미국은 이를 비관세장벽으로 간주하고 있다.

구글 등 빅테크 정조준한 EU

협상이 결렬되면 EU가 통상 위협 대응조치(ACI)를 발동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이 조치는 경제적 압박에 대응해 관세, 수입쿼터, 수출입 제한, 외국인직접투자, 공공 조달 제한 등 다양한 대응 수단을 통해 비례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다. 실제 사용된 적은 없지만 프랑스와 독일은 필요시 통상 위협 대응 조치까지 활용해야 한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통상정책은 대서양 관계에 균열을 초래하며 EU와 미국 간 통상질서뿐만 아니라 글로벌 통상 구조 전반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EU·미국 협상이 어떻게 전개될지 주시하며 이에 따른 대응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

임태형 KOTRA 브뤼셀무역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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