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접경 지역인 중국 지린성의 한 고속도로에서 야생 백두산 호랑이가 포착됐다.
3일 홍성신문 등 중국 현지 매체는 "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 호랑이가 지린성의 한 고속도로에서 목격됐다"고 보도했다.
이 호랑이는 2일 오후 4시 지린성 331번 국도에서 발견됐다.
웨이보, 더우인 등 중국 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확산하는 영상에는 다소 야윈 몸집이지만 여유롭게 도로를 가로질러 걸어가는 백두산 호랑이의 모습이 담겼다. 이 호랑이는 그뿐만 아니라 도로를 따라 차를 앞서 한참을 걸어가기도 했다.
호랑이를 마주한 차와 오토바이 운전자들이 신기한 듯 촬영하는 모습도 담겼다.
영상을 촬영, 제보한 저우 씨는 "차를 몰고 가던 중 도로에서 호랑이를 목격했다"며 "호랑이가 도로의 차를 발견하자 숲으로 뛰어 들어갔다가 다시 도로로 돌아왔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지역 주민들의 증언에 따르면 도로 인근에서 호랑이가 목격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특히 이 호랑이의 공격으로 지난해 봄 방목해 키우던 소 20여 마리가 죽거나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마을 주민들이 키우는 말, 돼지를 잡아먹는 모습도 목격됐다.
한 목격자는 홍성신문에 "체구가 작고 마른 호랑이였는데, 마을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는 그 호랑이 같다"면서 "사냥 실력이 좋지 않아서 사람들이 사는 데까지 내려오게 된 것 같다"고 전했다.
호랑이의 존재를 알게 된 마을 주민들은 산 출입을 꺼리고 있다. 관련 부서도 인근 지역 가축 방목을 금지하도록 규정했다.
백두산 호랑이, 아무르 호랑이라고도 불리는 시베리아 호랑이는 2008년부터 국제자연보전연맹 적색목록에서 멸종할 가능성이 높은 개체에 지정하는 '위기' 등급으로 지정됐다. 현재 동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서식하는 야생 시베리아호랑이의 개체 수는 약 500~560마리로 추정된다.
호랑이가 목격된 지역은 규모가 1만4100㎢에 달하는 시베리아 호랑이 및 표범 국립공원 경계로, 일대의 생태계가 복원되면서 야생 백두산 호랑이 개체 수가 지난해 기준 50여 마리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역 산림 당국은 봄철과 여름철에는 야생 호랑이가 목격될 수 있다고 전하면서 "차를 타고 가다가 호랑이와 마주칠 경우 절대 내리지 말고 안전거리를 유지하며 천천히 차를 움직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