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래 대한당뇨병학회 이사장·부천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최근 미국 보건의료계에서는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의미 있는 통계적 반전이 일어났다. 줄곧 상승 곡선만 그리던 미국 성인의 비만율이 2022년 39.9%에서 2025년 37.0%로 유의미하게 감소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놀라운 하향 전환의 중심엔 최근 폭발적으로 증가한 GLP-1 수용체 작용제의 보급이 있다. 바로 위고비와 마운자로의 핵심 성분이다. 비만율의 가시적인 감소는 머지않아 이와 밀접한 당뇨병의 신규 발생을 억제하고 합병증을 줄이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수많은 대중이 약제를 사용한 결과가 실제 인구 집단의 건강 지표 개선으로 증명돼 객관적 증거로 남게 됐다. 당뇨병은 이제 특별한 병이 아니다. 우리 가족이나 직장 동료, 이웃 중 많은 이가 당뇨병과 함께 살아간다. 그러니 당뇨병 환자를 단지 ‘아픈 사람’으로만 여겨서는 안 된다. 당뇨병 치료는 환자의 혈당 숫자를 낮추는 데 그치지 않고 평범한 일상을 오래 지키도록 돕는 것이 진짜 목표다. 미국의 사례에서 보듯 대사 지표와 합병증 관리에 혁신을 가져온 GLP-1 RA가 국내에서도 건강보험 적용을 받게 됐을 때 많은 환자와 의료진이 기대했던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 약은 혈당을 낮추는 효과뿐 아니라 체중 감소, 심혈관질환 위험 감소, 신장 보호 등 여러 장기적 이점을 입증해 왔다. 특히 비만을 동반했거나 합병증 위험이 큰 2형 당뇨병 환자에게는 매우 소중한 치료 기회가 될 수 있다. 문제는 제도적으로 보험이 적용되는 것과 실제 진료실의 현실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다. 급여화는 됐지만 까다로운 기준과 오래된 처방 원칙 때문에 정작 필요한 환자에게 쓰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미국에서는 이미 수많은 환자가 혜택을 보며 인구 전체의 건강 지표를 바꾸고 있는데 우리는 좋은 소화기를 마련해 놓고도 불이 났을 때 꺼내 쓰지 못하도록 잠가 둔 것과 같다. 정작 환자들에게는 여전히 ‘그림의 떡’인 셈이다. 과거 당뇨병 치료가 주로 혈당 조절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심근경색, 뇌중풍(뇌졸중), 심부전, 투석 같은 합병증을 미리 줄이는 방향으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세계 주요 진료 지침 역시 환자의 위험도와 동반 질환을 고려해 효과가 입증된 약제를 더 적극적으로 사용하도록 권고한다. 그런데 제도가 과거에 머물러 있으면 의사는 알면서도 처방하지 못하고, 환자는 필요해도 치료받지 못한다. 환자에게...
[전문의 칼럼]미국 비만율 떨어뜨린 GLP-1 혁명… 한국은 왜 ‘제도의 장벽’에 갇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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