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에서 아이를 갖고자 하는 여성의 비율이 매년 감소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단순히 보육 자원을 늘리는 정책만으로는 해결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14일 대만 자유시보 등에 따르면 대만 후생복지성(보건복지부)는 최근 ‘15~64세 여성의 생활 조건에 대한 조사’를 발표하며 현지 여성들의 출산 거부 비율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 15~64세 노동연령 여성 중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비율은 2019년 19.2%에서 지난해 26.6%로 7.4%포인트 증가했다.연령대별로 보면 15~24세 여성은 31.3%에서 45.9%로 14.6%포인트, 25~34세는 27.3%에서 37.4%로 10.1%포인트, 35~44세는 18.1%에서 25.9%로, 45~54세는 14.6%에서 21.2%로 55~64세는 8.6%에서 12%로 각각 증가했다.
출산을 거부하는 이유는 경제적 부담(약 60%), 기존 생활 방식을 유지하는 싶은 이유(약 50%), 자녀 양육과 미래 걱정(약 34%) 등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이 단순한 개인 선택이 아니라 여성에게 비우호적인 사회 구조를 반영한다고 분석했다.보육 및 고용 정책 촉진 연맹 소집인 왕자오칭은 “여성들은 가정과 직장을 오가며 시소처럼 끊임없이 흔들리는 상황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왕자오칭은 이를 개선하기 위한 세 가지 핵심 과제로 ▲부담 가능하고 신뢰할 수 있으며 시간과 장소 접근성이 보장된 공공 보육 서비스를 제공 ▲남성도 육아를 실제로 분담하는 ‘이중 돌봄 체제’ 추진 ▲ 유연근무제, 재택근무 도입 등 친화적인 직장 환경 조성과 휴가 사용 등을 들었다.
왕자오칭은 금전적 보조나 인공 생식 기술만으로는 출산율을 크게 높일 수 없으며 여성들이 출산을 원하고 실현할 수 있도록 사회 구조와 정책을 재설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만 세신대 성별연구소 우웨이팅 부교수는 “비우호적인 직장 제도가 청년 세대의 출산 의지를 꺾는 핵심 요인”이라며 “25~29세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90%에 달하지만 결혼과 출산 단계에 접어들면 많은 여성이 직장을 떠나 전체 참가율이 50% 수준으로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이를 낳는다는 것은 경력과 꿈의 단절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아 젊은 세대가 쉽게 책임지려 하지 않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좋아요 0개
- 슬퍼요 0개
- 화나요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