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 경험이 풍부한 변호사와 전문가 간 협업을 통해 미래지향적이고 포괄적인 자문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의 차별화된 경쟁력입니다.”
정계성 김앤장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사법연수원 6기)의 이 말은 국내 최대 로펌의 성공 방정식을 압축한다. 11년 연속 아메리칸로이어 ‘글로벌 톱100’에 이름을 올린 김앤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통상 규제 대응부터 인공지능(AI) 솔루션 개발까지 법률 서비스의 경계를 확장하고 있다. 국제법연구소 등을 ‘지식 허브’로 활용하며 시장 변화에 선제 대응하며 한국 로펌의 세계화를 이끌고 있다.
◇ 美 통상환경 대응 TF 가동
정 대표변호사는 2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국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는 만큼 올해 법률 시장은 작년보다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통상환경 변화는 글로벌 불확실성을 키우는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이에 김앤장은 지난해 11월부터 ‘트럼프 2기 통상 규제 대응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이 TF는 환경에너지팀, Tax팀, 수출통제팀, 경제제재팀, 공급망팀, HR팀이 협동해 미국 통상 전문 로펌들과 공동 세미나를 개최하고 행정명령들을 분석해 고객에게 안내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정 대표변호사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보호무역주의로 통상 환경이 악화하고 있다”며 “복잡·다양해지는 통상 이슈에 대해 고객들이 리스크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종합적인 통상 컴플라이언스 자문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글로벌 경쟁력의 원천
김앤장의 글로벌 경쟁력 원천으로는 국제법연구소, 신국제조세연구소, ESG경영연구소 등 전문 연구조직이 꼽힌다. 분야별 실무조직과 연구조직을 체계적으로 운영해 시장 변화와 고객 니즈에 맞춘 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정 대표변호사는 “이들 연구소는 학계·산업계·정부 등 외부 전문가와의 교류와 협업을 촉진하는 일종의 ‘지식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앤장은 국내 진출 외국기업의 자문을 담당하는 ‘인바운드 영업’이 여전히 강세를 보이지만 아웃바운드 역량 강화에도 노력하고 있다. 홍콩 베트남(호찌민 하노이) 싱가포르 인도네시아(자카르타) 등 5개 거점에 현지 업무 경험이 풍부한 변호사를 배치하고 서울 본사와 현지 로펌 간 긴밀한 협업을 통해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그는 “국내 기업들이 해외 진출 시나 해외 공장 철수 때 도와줄 수 있는 역량을 갖추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현지 로펌들과의 협업은 필수”라며 글로벌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 가사상속·기업승계센터 출범
김앤장은 기업 경영권과 연계된 가사·상속 사건 증가에 대응해 ‘가사상속·기업승계센터’를 이달 출범했다. 이는 단순히 가사 이슈로 끝나는 게 아니고, 회사법적 이슈 등 다양한 법리적 이슈가 섞여 있어 복합적인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정 대표변호사는 “경제 성장의 주축을 이룬 베이비붐세대가 사망하거나 이혼 당사자가 되면서 전통적인 가사·상속 문제가 기업 승계 및 경영권 문제로 확대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통합적이고 유기적인 법률서비스 제공을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이 센터 출범 배경에 대해 “옛날에는 상속 문제로 골머리 앓을 정도로 부가 많은 가족이 많지 않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며 “코스닥 상장사도 창업자들이 물러나면서 기업 경영권이 넘어가는 등 기업 승계 수요가 많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 AI 활용과 컨설팅 역량 강화
로펌 운영에서 컨설팅 역량 강화도 중요한 화두다. 김앤장은 단순한 법률 자문을 넘어 기업의 내부 통제 시스템이나 금융 규제 준수 방안 등 제도적 측면의 컨설팅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정 대표변호사는 “변호사들의 선제 컨설팅 역량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며 “금융기관의 내부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돼 있는지, 규제당국의 룰에 맞는지 등의 영역은 법률조항의 해석을 넘어 솔루션을 제공해줄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전환 시대에 맞춰 AI 역량 강화에도 적극적이다. 그는 “AI 역량을 내재화해 자체적인 법률 AI를 개발 및 고도화함으로써 다양한 업무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법률 용어에 특화한 번역 AI 시스템을 자체 개발해 활용하고 있으며, 고객 정보 보안을 위해 온프레미스(자체 구축 서버) 방식의 AI 솔루션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김앤장은 올해 대선을 앞두고 고객들의 산업군과 연관된 주요 정책 변화에 대한 분석도 준비 중이다. 상속세, ESG 관련 정책, 디지털 자산 규제 등이 주요 관심사로 꼽힌다. 정 대표변호사는 “단순히 정책의 방향을 분석하는 것을 넘어 산업군에 미치는 구체적인 파급 영향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며 “고객이 직면할 수 있는 법적 리스크를 사전에 파악하고 변화에 선제 대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허란/김진성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