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공짜노동' 근절 지침
기본급·각종 수당 구분해야
근로시간 기록·관리 의무화
경총 "노사정 합의 위배 유감"
기업현장 혼란·분쟁 소지 우려
정부가 '포괄임금 오남용 방지 지도 지침'을 내린 배경에는 잇따른 임금 체불 사례가 있다. 대표적으로 청년 근로자 과로사 의혹이 불거진 베이커리 브랜드 런던베이글뮤지엄에서는 포괄임금제 오남용이 확인돼 총 5억6400만원의 임금 체불이 적발됐다. 해당 사업장은 고정 연장근로수당을 초과해 일한 시간에 대해 추가 수당을 지급하지 않거나, 통상임금을 낮게 산정하는 방식으로 임금을 적게 지급했다. 이에 따른 과태료만 약 8억원에 달했다.
8일 고용노동부는 이러한 사례를 방지하고자 '공짜노동 근절을 위한 포괄임금 오남용 방지 지도 지침'을 발표했다. 지침은 9일부터 시행된다. 포괄임금이란 실제 근로시간과 무관하게 임금을 사전에 정하고, 기본급과 각종 수당을 구분하지 않고 포괄 지급하기로 하는 임금 산정 방식이다. 출장이나 외근이 잦은 직종 또는 업무의 시작과 끝이 불분명한 재택근무 등 환경에서는 실제 근로시간을 엄격하게 측정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행정적 복잡성을 해소하고 노사 양측의 편의를 도모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 포괄임금이다.
정부가 지침을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포괄임금제는 1974년 대법원 판결로 처음 인정됐고, 이후 2010년 대법원에서 무분별한 도입에 제동을 걸면서 사회적 이슈가 됐다. 2017년 문재인 정부 당시 의견 수렴까지 갔지만, 노사 양측 반발로 최종 지침은 발표하지 못했다.
지침의 핵심은 약정된 고정 수당보다 실제 근로에 따른 법정 수당이 많으면 그 차액을 반드시 지급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지급하지 않으면 임금체불로 처벌된다.
우선 기본급과 수당을 구분하지 않는 '정액급제'나, 연장근로수당·야간근로수당 또는 휴일근로수당을 구분하지 않고 제 수당을 포괄해 산정·지급하는 '정액수당제'를 원칙적으로 금지했다. 특히 현장에서 널리 쓰이는 '고정 OT(초과근무시간) 약정'에 대해선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을 항목별로 정액 지급하기로 약정했더라도, 실제 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산정한 법정 수당이 더 크면 그 차액을 지급하도록 명기했다. 기업이 약정 금액만 지급하고 추가 수당을 주지 않는 관행에 제동을 건 셈이다.
다만 이러한 내용은 법에 없는 새로운 금지 규정이 아니라 기존 법 체계에서 이미 요구돼온 사항을 재확인한 것이라는 게 고용노동부 설명이다.
문제는 현실에서 근로시간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여수진 직장갑질119 젠더폭력특별위원장은 "유사한 상담이 매우 많지만 근로시간을 개인이 입증해야 하는 구조 때문에 실제로 체불임금을 받아내는 사례는 드물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고용노동부 역시 제도의 실효성을 위해 근로시간 기록·관리가 전제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정부는 근로감독관이 사업주가 임금대장·임금명세서를 제대로 작성했는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번 지침은 지난해 말 '실노동시간 단축 로드맵 추진단'에서 노사정이 합의한 포괄임금 오남용 방지 원칙을 구체화한 것이다. 경영계는 즉각 반발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노사정은 포괄임금계약의 전면 금지가 아니라 정액급제는 개선하되, 정액수당제와 고정OT 형태는 금지하지 않기로 합의했다"면서 "정부가 지침을 통해 정액수당제까지 원칙적으로 금지한 것은 어렵게 도출한 사회적 합의를 위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예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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