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튀르키예 방문을 계기로 튀르키예 방위산업 기업 로켓산과 인도네시아 간 합작 방산 생산시설 설립 협약이 체결됐다. 이는 방산이 국가 간 협력을 강화할 수 있음을 잘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 2025년 3월 자료에 따르면 2020~2024년 세계 무기 수입 상위 10개국에 중동 4개국이 포함됐다. 이는 중동 국가들의 국방력 강화 의지를 분명히 보여주는 결과다. 중동 국가들은 전통적으로 서구에서 무기를 수입했으나 최근 역내 협력이 활발해지는 추세다.
벨기에 매체 아미레커그니션에 따르면 2023년 튀르키예는 장갑 전투차량 501대를 수출했으며, 이 중 60% 이상이 중동 국가로 향했다. 이는 튀르키예가 중동 지역 내 핵심 방산 공급국으로 부상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중동 국가 간 기술 협력 강화
중동 역내 방산 협력은 장비 수출입을 넘어 경제 및 기술 협력으로 확장되고 있다. 예를 들어 2024년 7월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방산 기업 사미는 튀르키예 기업들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사미는 바이카르와 무인 항공기 기술 협정을, 아셀산과는 사우디 내 기술 개발 강화를 합의했다.
지난해 10월 아랍에미리트(UAE) 방산 기업 에지그룹은 튀르키예 사하 전시회(SAHA Expo)에서 바이카르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바이카르는 자사 무인기에 에지그룹 장비를 장착해 제3국 시장에 공동 진출할 계획이다. 에지그룹은 올 1월 이스라엘 서드아이시스템스 지분 30%를 인수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이스라엘과 UAE 간 방위 협력 강화를 보여주는 사례였다.
이런 역내 협력 강화 배경에는 중동 국가들의 제조 역량 향상과 무기 공급망 다변화 필요성이 있다. 중동은 과거에는 제조 역량이 부족해 수입 의존도가 높았으나 최근 군사장비가 첨단화, 경량화되고 제조 기반이 확충됨에 따라 지역 내 협력이 확대되고 있다. 또한 미국, 유럽연합(EU) 등이 정치적인 이유로 무기 수출을 제한하는 경우가 있어 공급처 다변화 필요성을 느끼게 됐다.
방산 부품·소재 분야 공략해야
이런 이유로 한국 방산 기업들의 중동 진출 기회가 커지는 한편 중동 국가 간 협력도 확대되는 양상이다. 걸프 국가 자금력과 튀르키예 등의 제조업 역량이 결합되면 역내 방산 협력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대표 협력 분야는 드론산업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드론이 효과적인 무기가 될 수 있음이 확인됐다. UAE, 튀르키예, 이스라엘 간에도 드론산업 중심 협력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항공 장비 분야에서도 협력이 기대된다. 2025년 1월 사우디는 튀르키예가 개발 중인 전투기 칸 구매를 검토하고 있다는 내용이 알려지기도 했다. 사우디가 미국 최신예 전투기 도입에 어려움을 겪자 튀르키예를 대안으로 고려할 만큼 역내 방산 역량이 확충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중동 역내 협력 강화는 한국 기업들에 잠재적 기회를 제공한다. 중동 국가 제조업 역량 확대로 부품과 소재 수요가 커지고 있으며, 다수의 한국 기업이 이미 파트너로 활약하고 있다. 중동 방산 공급망에 경쟁력 있는 우리 중소·중견 기업들이 참여한다면 중동시장에서 또 다른 성장 기회를 발견할 것으로 기대된다.
정윤서 KOTRA 이스탄불 무역관장